한국판 ‘스윙 스테이트’ 숨은 票에 울고 웃는다

입력 2014-06-02 05:08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지방선거의 승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체 분석 결과 우세지역이 각각 4곳에 불과하다고 1일 밝혔다. 과반이 최소 9개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여야 모두 이번 선거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만큼 초접전을 벌이는 경합지역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백중지역을 부산 경기 강원 충북 등 4곳으로 꼽았다. 새정치연합은 이보다 많은 9곳을 초박빙 지역으로 자체 분석했다. 역시 부산 경기 강원 충북이 다 포함됐다. 여야가 2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각각 경기와 강원에서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 막판에 모든 화력을 이들 지역에 쏟겠다는 의도다.

특히 경기와 강원, 충북은 부산과 상황이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권 표밭인 부산에선 현 정부에 등을 돌린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선택이 최대 변수다. 반면 경기 충북 강원은 여야의 지지자가 엇비슷해 어느 당이 우세한지 판단할 수 없다. 여야 핵심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세 군데는 여론조사도 못 믿는다”고 말할 정도다.

경기 강원 충북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판세 변화를 겪은 대표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경기는 새누리당이 앞서다 새정치연합이 맹추격해 혼전 양상으로 변화된 지역이다. 충북과 강원은 야당이 우세했으나 여당이 따라잡아 박빙이 된 경우다.

경기가 최대 격전지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새누리당은 서울과 인천을 경합 약세지역으로 분류해 경기마저 빼앗길 경우 ‘수도권 전패’라는 악몽이 현실화될 수 있다. 경기도 내에는 안산 단원고가 있어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세월호 참사 표심의 시험대가 경기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앵그리맘’ 등 분노한 표심이 분출될지, ‘숨어 있는 여당 표’가 개표장에서 드러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강원과 충북은 과거에도 지방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두 곳 모두 자민련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통합민주당(현 새정치연합) 순으로 도지사를 차지한 공통점도 있다.

특히 강원과 충북의 새정치연합 후보들은 현직 도지사들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는 새누리당의 조직이 강하다.

강원의 표심은 양분돼 있다. 여기에다 소지역주의도 거들고 있다.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는 강릉 출신이고 최문순 새정치연합 후보는 춘천 태생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영동과 영서의 소지역 대결 구도가 뚜렷하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민들의 특성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50년 지기인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와 새정치연합 이시종 후보는 청주고 동기동창에다 고향도 충주로 같아 민심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여야 모두 경기 강원 충북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세 곳 중 최소 두 곳에서는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노웅래 사무총장은 “박빙 혼전을 보이는 세 지역에서 이기면 확실한 승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