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D-2] 찻잔속 태풍? 판 흔들 돌풍?…여야 초접전지역 통진당 후보 잇단 사퇴

입력 2014-06-02 05:08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여야 간 주요 접전 지역에서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이석기 전 국회의원 내란음모 사건 이후 당 존립 자체가 흔들렸던 통합진보당은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일찌감치 후보 단일화 대상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선거를 불과 사흘 남겨두고 여야 초경합 지역으로 분류되는 부산과 경기도 등지에서 통진당 후보들이 차례로 후보 사퇴에 나섰다. 이에 따라 막판 판세도 요동치는 형국이다.

통진당 백현종 경기도지사 후보는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직을 내던졌다. 백 후보는 “정치적 유불리와 감수해야 할 모든 걸 뛰어넘어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서) 아이들을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여당에 단 한 표도 줘선 안 된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백 후보는 경기도 내에서 꾸준하게 3∼4%의 지지율을 보여 왔다.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박빙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김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백 후보 지지표가 김 후보에게 쏠릴 경우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남 후보 측은 ‘야권 야합’이라고 비난하며 판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남 후보는 서울역광장에서 ‘국가개조 성공 결의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백 후보는) 제2의 이정희 후보”라며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했던 이 후보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9일에는 통진당 고창권 부산시장 후보도 사퇴했다.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에서 피 말리는 격전을 치르고 있는 터라 3∼4%의 지지율을 보여 온 고 후보 사퇴에 새누리당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고 후보 역시 “지방권력 교체를 바라는 부산시민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후보직을 내려놓는다”며 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앞서 21일에는 통진당 정형주 경기도 성남시장 후보가 사퇴했다. 사퇴 전날까지만 해도 10대 공약을 발표하며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던 그는 “여당 집권을 막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며 사퇴했다. 그러자 판세는 새누리당 후보 우세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돌변해버렸다. 또 지난 16일 사퇴한 같은 당 이영순 울산시장 후보도 “무능한 정부 심판과 새누리당 일당 독점 종식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후보직 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선거를 접자 정의당 조승수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통진당 후보들의 잇단 사퇴 영향에 대해선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린다. 통진당 지지 세력의 합세로 야권 단일 후보가 덕을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새누리당 지지층을 자극해 보수표 결집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을 겨냥해 “통진당과 결별했다고 주장하더니 작금의 행태는 국민 눈을 속여가며 분가했던 두 집이 다시 합치는 모양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