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갈등 봉합 실패… 금감원에 공넘겨

입력 2014-06-02 05:08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벌어진 KB국민은행 내부 갈등 사태가 봉합되지 못했다. 이사회는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토론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정을 금융감독원에 넘겼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 30일 여의도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최근에 불거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섰다. 이날 이건호 행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은 꼭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한때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7시간 넘는 회의 끝에 이사회는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산시스템 교체사업 진행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결론만 도출했다. 이 행장과 사외이사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표결 끝에 사외이사들의 입장이 받아들여졌다. 이 행장은 이사회에 앞서 경영협의회를 열고 메인프레인 운영업체인 IBM을 포함한 재입찰을 결정했다. 반면 사외이사들은 유닉스 운영업체 입찰에 SK C&C만 나서 유효경쟁이 무산되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지난 4월 이사회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결정한 내용을 고수하며 맞섰다.

결국 공은 금감원으로 넘어갔다. 내부 문제를 외부에 의존하는 양상이다. 사태가 커진 것도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전산시스템 전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사회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하면서부터였다.

금융 당국이 검사에 나선 상황에서도 갈등만 지속되자 이날 이 행장과 정 감사는 이사회 의사록을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종 결정은 다음 이사회에서 내리기로 했다. 내부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니 외부의 판단을 들어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내부통제와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검사를 빨리 진행해 이번 주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은 의사결정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만 살펴볼 것”이라며 “본인들의 의사결정은 본인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휴전상태인 이사회 갈등은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른 책임소재 여부를 두고 또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박은애 조민영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