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 안팎 시련

입력 2014-06-02 05:05
태국 군부가 국내외적인 비난 여론에 직면하면서 쿠데타 정국이 심상찮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쿠데타를 주도한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의 ‘총선 연기’ 입장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내부적으로도 대규모 반(反)쿠데타 시위가 전개되면서 방콕 시내 곳곳에 병력이 배치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은 31일(현지시간) 태국 군부를 향해 “공정한 선거로 태국 국민의 권한을 즉각 회복시키라”고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쿠데타 비판은 프라윳 총장이 1년 이상 총선을 연기한다고 선언하면서 나왔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쿠데타 세력은) 조기총선 실시를 위한 일정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윳 총장은 지난 30일 공개 연설에서 “개혁 추진이 급선무여서 선거가 늦춰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새 헌법과 과도정부를 마련하는 데 1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지난 21일 예정됐던 총선을 정치권에서는 오는 8월 3일 치르는 것으로 제안했지만 군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라윳 총장이 의장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는 56개 공기업 수장을 소집해 “원하면 사임하라”는 방침을 하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은행, 항공, 에너지 등 전 산업에 걸쳐 있는 태국 공기업은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군부가 정치에 이어 경제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태국 수도 방콕에선 1일 소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번화가인 아속 사거리에서 정오쯤 100여명이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였으나 곧바로 군인에 의해 해산됐다. 시위가 발생하자 인근 대형 쇼핑센터는 급히 영업을 중지하고 손님들을 매장 밖으로 내보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