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골 이미지에 관운까지… 김관진 승승장구

입력 2014-06-02 05:05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임명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김장수 전 실장이 사퇴한 지 열흘 만이다. 국방장관에는 한민구 전 합참의장이 내정됐다.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에 김 장관을 발탁한 것은 안보 분야에서 전략적인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장관이 한반도 안보 관리를 가장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명박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3년6개월간 장관직을 수행해 왔다. 정부가 바뀐 이후 국방장관이 유임된 첫 사례이자 역대 네 번째로 긴 재임기간이다. 김 장관이 이런 기록들을 남기게 된 것은 ‘강골 국방 수장’이란 이미지를 잘 관리해왔고 대과 없이 역할을 수행해온 덕분이다.

김 장관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우리 군의 대북 대응태세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점에 장관에 임명됐다. 당시 그는 “북한 도발 시 원점을 타격하고 지휘세력 타격까지도 보복하겠다”는 등 응징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 도발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는 눈에 힘을 주고 강한 어조로 말해 ‘레이저 김’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특등 호전광’ ‘첫 벌초 대상’ 등 원색적인 용어로 비난했다. 이런 이미지는 국민들에게 믿을 만한 국방 수장이란 인식을 줬다. 김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장관’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원만한 대인관계도 한몫했다. 국회와 종종 마찰을 일으켰던 전임 장관들과 달리 그는 짧고 확실한 대답과 유연한 자세로 겸손하고 성실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김 장관은 관운도 좋았다. 그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교체될 예정이었으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유임됐다. 2012년 말 발생한 ‘노크 귀순 사건’, 지난해에 불거진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의혹 사건’ 등으로 인책론이 나왔지만 청와대가 매번 후임 인사를 찾지 못해 ‘대안부재’로 고비를 넘겼다. 후보자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의 선호도를 충족할 만한 인사가 없었다. 현 정부의 제한된 인재풀 덕을 본 셈이다. 김장수 안보실장-박흥렬 경호실장-김관진 국방장관으로 이어지는 긴밀한 군 인맥도 영향을 미쳤다. 김 장관은 이번에도 개각 시 교체 대상 0순위였으나 전임 김장수 실장이 세월호 관련 발언으로 갑자기 낙마하면서 발탁됐다.

김 장관은 신임 국방장관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국가안보실장과 장관직을 겸한다. 김 장관이 다시 선택된 것은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 문제 등으로 민심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국민이 신뢰하고 지지율도 높은 인물을 기용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장이 국방뿐 아니라 외교·통일 등 안보상황 전반을 관장하는 자리인데 정책의 유연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