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을 떠올리면 ‘지독한 밥 냄새’가 따라온다. 병원 밥차가 복도에 도착했을 때 남편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환자식을 나르는 영양사가 병실 문을 두드리자 남편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말기 암 환자인 남편이 처음 항암치료 받던 날을 이미경(가명·46·여)씨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음식 냄새를 못 견뎌 한다. 이씨 남편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식사를 하려면 음식 냄새가 덜한 시간대를 골라 병원 식당가를 이용해야 했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지만 음식은 늘 1인분이었다. 병원 식당가에서 파는 음식 중 가장 싼 메뉴는 6000원짜리 ‘쇠고기 미역국’이다. 이씨 남편이 주로 먹었던 ‘죽’은 종류에 따라 6500∼1만5000원씩 했다. 아픈 남편이 먹을 수만 있다면 병원 카페에서 파는 5000원짜리 식빵이라도 사야 했기에 이씨는 자신의 밥값을 아꼈다. 남편이 먹지 못해 남긴 다 식은 환자식을 병동 휴게실에서 먹곤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만난 이씨는 “한번 병원에 입원하면 진료비에 맞먹는 돈을 병원에서 쓰게 된다”며 “병원이 깔끔해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병 잘 고치고 덜 비싼 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 남편이 처음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한 5일 동안 진료비는 60만원 정도 나왔다. 그동안 이씨가 남편의 밥값, 과일 값 등으로 쓴 돈이 20만원이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과일만 겨우 먹을 수 있는 날도 있었다. 이씨는 남편이 먹을 과일을 살 곳이 마땅치 않아 병원에서 파는 비싼 과일바구니까지 사야 했다.
주차비도 든다. 이씨의 집은 병원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다. 입원환자 보호자는 하루 1만원 주차비를 내야 한다. 이씨 남편이 입원한 닷새 중 입·퇴원일은 무료여서 주차비는 3만원이 나왔다.
남편이 퇴원하던 날 이씨는 병원 지하 의료기기점에서 15만원을 썼다. 남편 가슴에 삽입된 정맥관 소독을 위해 거즈, 밴드, 소독약이 묻어 있는 면봉 등 한달치 치료재를 사는데 그 정도 든다. 치료재 대부분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비싸도 딱 맞는 치료재를 구하려면 병원에 있는 상점에서 사야 했다.
이씨 부부가 5일 동안 쓴 돈은 진료비 60만원에 부대비용과 치료재 비용 38만원을 더한 98만원이었다. 모두 고스란히 병원에 들어간 돈이다. 이씨는 “아껴 썼는데도 이렇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은 ‘이사 간다’ 생각하고 짐을 싸오지 않으면 병원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진료비 60만원에 부대비용 38만원 배보다 배꼽이… ”
입력 2014-06-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