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병사, 탈레반 포로 5년 만에 귀향

입력 2014-06-02 05:05
아프가니스탄 동부 코스트주의 한 지역에 31일(현지시간) 오후 7시쯤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파키스탄과 접경지역으로 강경 탈레반 무장단체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근거지이다. 특수부대원들은 한 미군 병사를 18명의 탈레반으로부터 인계받아 곧바로 헬기에 태워 자리를 떴다. 그는 프로펠러 소음을 피해 종이로 글씨를 써 “SF(특수작전부대)?”라고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을 들은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초췌한 모습의 이 병사는 2009년 6월 30일 아프간 남부 파티카주에서 갑자기 사라졌던 보 버그달(29) 병장이다.

비슷한 시각 지구 반대편이랄 수 있는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포로수용소. 탈레반 집권시절 정보차관을 지냈던 압둘 하크 와시크와 전 육군 최고사령관 무함마드 파즐, 아프간 북부지역 주지사 물라 누룰라 누리, 전 내무장관 카이룰라 카이르크 등 5명의 탈레반 고위 지도자가 카타르 정부 관계자에게 인계됐다.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버그달 병장이 5년여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며 귀환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NYT는 또 버그달 병장의 송환 과정에서 의회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법 위반 논란도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다호주 헤일리 출신인 버그달 병장은 현지에 배치된 지 두 달 만에 실종됐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간을 침공한 후 남아 있는 유일한 포로였다고 NYT는 전했다.

버그달 병장은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양호한 상태다. 바그람 공군기지를 거쳐 독일 남서부의 란트 스툴 기지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최종적으로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있는 브룩 육군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버그달 병장의 귀환 소식을 가족에게 알린 뒤 기자회견을 갖고 “전장에 어떤 병사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미국의 변치 않는 의무를 재확인했다”며 “버그달 병장이 사라졌을 때도 우리는 결코 그를 잊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버그달 병장의 송환은 카타르를 중재자로 한 비밀·간접 협상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미국은 아프간 정부에조차도 협상 내용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의 실종 경위가 여전히 불분명해 만일 무단이탈로 밝혀질 경우 최대 18개월의 구금형과 불명예제대를, 탈영은 최대 5년의 징역형과 불명예제대 처벌을 받는다.

미 공화당에서는 이번 포로 교환이 관련법을 어긴 것이라며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워드 벅 매키언 하원 군사위원장과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회 간사는 “테러리스트를 미국 시설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때 3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하도록 한 법률을 어겼다”며 “테러 집단이 미국 국민을 포로로 잡을 강력한 동기가 생겼다”고 경고했다.

이에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은 “행정부는 외국에 억류된 국민을 빼오는 협상에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협상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특별하고 긴급한 상황에 해당된다”고 해명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