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곤장을 맞았습니다. 1주일 전 방송내용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겼다는 논란이 일자 특유의 예능감(?)을 선보이며 지난 30일 방송에서 반성한 것입니다. 노홍철은 “방송을 보고 기분이 나쁘셨던 분들이 있다면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했고, 김 PD는 “소개팅 결과가 들어간 후속 녹화분은 방송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논란은 지난 24일 ‘노홍철 장가보내기’ 특집이 방송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출연자 중 유일한 총각인 노홍철에게 이상형을 찾아 소개해준다는 내용입니다. 노홍철은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26세 이하의 나이에 170㎝ 초반대의 큰 키, 예쁜 외모를 지닌 여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연자들은 대학가, 병원, 한강시민공원 등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외모가 뛰어난 일반인을 찾았습니다. “예쁜데 키가 몇이에요” “23세 딱 좋네” “열 세 살 차이면 궁합도 안 볼 것 같은데”라는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방송 직후 불쾌하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예쁘고 어린 여성만 찾아다녔다” “마치 상품을 고르는 것 같았다”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것 아닌가”라는 글이 올랐습니다. 한 네티즌은 2009년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여대생이 “180㎝ 이하는 남성은 루저”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1시간 내내 시청자들에게 ‘예쁘지 않은 여성은 루저’ ‘나이 많은 여성은 루저’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TV에서 외모지상주의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개그맨들은 지금도 소재가 떨어지면 자신이나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해 웃음을 유발합니다. 여성들의 외모만 부각하다 문제를 일으켜 폐지된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죠. 스포츠 스타까지 외모가 뛰어나야 주목받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물론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TV에 등장해 손짓발짓을 해야 시청률이 높아지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김 PD도 이를 잘 알기에 미녀 카레이서를 부르고 소개팅을 구실삼아 늘씬한 모델을 섭외했을 것입니다. 외모지상주의 논란에 사과한다면서 벌인 곤장 세레모니에 잘생긴 ‘곤장남’까지 등장시켰을 정도니까요.
팬들은 김 PD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김 PD는 여타 예능 PD와는 다를 줄 알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김 PD는 2년 전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특집을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무한도전의 인기비결은 평범한 출연진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무기로 불가능한 상황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잘생기고 예쁜 선남선녀를 등장시켜 시청률을 올리는 데 급급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김 PD만큼은 끝까지 아이디어로 승부하길 바라는 네티즌들의 기대가 과한 것일까요. ‘김태호 PD도 어쩔 수 없네’라는 댓글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예쁜 소개팅女 찾던 ‘무한도전’ 사과 외모지상주의 방송 대체 언제까지…
입력 2014-06-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