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질색하는 강경파 안보실장 기용 의미] 대북정책 그대로… 남북관계 험로 예고

입력 2014-06-02 05:05
1일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또 다시 군 출신의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임명됨에 따라 남북관계는 ‘험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억지력과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기존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북한에 천명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 장관은 북한이 질색하는 대북 강경 인사다.

김 장관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장관으로 부임하자마자 북 도발 시 응징하겠다는 식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재임 기간 “도발원점 타격과 지원세력까지 타격” “북한 도발 시 정권 궤멸” “김일성·김정일 동상 파괴”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그를 향해 ‘괴뢰패당 우두머리’ ‘첫 벌초 대상’ 등 원색적인 용어를 쓰며 맞받았다. 국가안보실장 후보로 거론되던 지난 29일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별도로 내고 “우리는 김관진을 비롯한 군부패당이 함부로 날뛰는데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며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교착된 한반도 상황을 최근 북·일 합의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지만 한국 역시 한·미 공조에 공을 들이고 있어 동북아 정세가 큰 변화 없이 긴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을 수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얻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게 봤다. 다만 한·미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결정이 남북관계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제로 하고 있는 전작권 전환 시기가 관측대로 2020년까지 연기된다면 북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남북관계는 당분간 진전을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는 김 장관에 비해 온건한 이미지의 한민구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있다. 한 내정자는 2006년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 재직 당시 열린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를 맡아 대북 협상을 이끈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새 국방부 장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가 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차제에 좀 더 유연하게 대북정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 등 ‘통일 카드’를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너무 빨리 띄운 감이 있다”며 “남북관계 교착 구도가 형성된 이상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