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영대 조동성(사진) 명예교수는 20년째 ‘경영자 독서모임(MBS)’을 꾸려오고 있다. 경영학자인지, 독서운동가인지 헷갈릴 정도다. 36년 동안 경영을 연구해 온 그는 왜 직장인의 독서를 위해 나서고 있을까. 지난 30일 서울 대현동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1990년대 초 일본에 머무를 기회가 있었는데, 어딜 가도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참 부러웠어요. 우리도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알음알음 20명을 모아서 95년에 MBS를 시작했지요.”
당시만 해도 독서동호회라는 게 흔치 않을 때였다. 조 교수가 만든 MBS는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하는 입체적 독서를 시도했다.
“책 읽기에 집중하려고 뒤풀이를 금지하고 매주 토론하는 식으로 강행군을 했더니 나중에는 7명 정도만 남더군요. 다들 그만하라고 말렸지만 뜻이 좋아 밀어붙여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조 교수는 독서모임이 조선시대의 서원처럼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의 생각은 시간이 지나며 호응을 얻었다. MBS는 기수마다 200∼300명이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직장인 독서모임으로 발전했다. 회원 구성도 원로경영인부터 현직교사까지 다양하다.
조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71년에 졸업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를 딴 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일하다 29세에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평생 학자로 살아오며 독서를 해온 그이지만 자신도 혼자서라면 경제·경영 분야 바깥의 책을 읽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 모임을 하며 엄청난 배움의 효과를 누립니다. 책을 읽고 저자를 만날 때는 물론이고, 책을 선정하면서 지금의 트렌드와 앞으로 어떤 공부가 필요할지 가늠할 수 있었거든요. 회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접하며 신선한 도전을 받기도 합니다. 혼자 읽어선 얻을 수 없는 경험이지요.”
직장인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묻자 “미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 기업도 이제는 다른 나라를 좇아가는 걸 넘어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해야 합니다. 독서는 창조의 원천을 찾아가는 행동이지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고’가 책이고, ‘신’이 바로 창조입니다. 책 속에 미래가 있습니다.”김지방 기자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①] “여럿이 함께 읽고 토론… 엄청난 배움 얻어”
입력 2014-06-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