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관진 실장, “또 육사냐”는 지적 새겨듣길

입력 2014-06-02 05:05
대북 경직성 벗어나고 균형외교에 최선 다해야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경질 열흘 만에 일부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단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김관진 국방장관을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하고, 새 국방장관에 한민구 전 합참의장을 내정한 것이다. 다소 늦었지만 외교·안보라인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부분적이나마 인사를 단행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하겠다. 북·일 관계가 진전될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의 유동성이 커진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에 김장수 전 실장의 육사 후배가 임명됨에 따라 박근혜정부 대북정책의 근간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김 신임 실장은 이명박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3년6개월여 동안 국방을 책임지면서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을 타격해 굴복할 때까지 응징한다는 방침을 세운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다. 걸핏하면 서해상에 포를 쏴대고, 4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북한의 망동을 저지하기 위해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그렇더라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남측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북한 탓이 크지만, 대북 강공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벌써 박근혜정부 2년차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통일 대박론’을 가시화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 실장은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도록 유도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한반도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안이기도 하다. 입만 열면 일본을 비난해온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모색하며 한·미·일 공조의 틀을 깨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일본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망에서 벗어나려는 북한과 아시아에서의 역할 확대를 꾀하려는 일본의 얄팍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국익 우선의 전략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 실장 임명에 대해 일각에선 “또 육사 출신이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는 ‘당근’보다 ‘채찍’ 위주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내재돼 있다. 김 실장이 앞으로 NSC 구성원들과의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유연한 대북정책을 만들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길 바란다. 이달 말쯤으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오는 9월 중순 개막되는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참가 등의 기회를 활용한다면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일 동맹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굳건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점, 중국과 일본의 영토 갈등,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 악화 등에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줘선 안 된다. 균형외교가 절실한 때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신임 국정원장도 발표할 예정이다. 외교·안보라인의 또 다른 한 축인 신임 국정원장은 군 출신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