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여권 성향의 ‘숨은 표’ “있다- 없다”논란 가열

입력 2014-06-02 05:05
6·4지방선거에서는 여권 성향의 ‘숨은 표’가 주요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숨은 표는 실체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대답한 무응답층이 지역별로 많게는 30%를 넘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서 특히 ‘앵그리 맘’을 중심으로 여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이탈, 무응답층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드러내놓고 “여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를 꺼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래 여권 성향인 이들이 막상 투표장에선 여당 후보자를 찍을 것이라는 게 이번 숨은 표 논리의 핵심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여야가 경합을 벌이는 지역에선 새누리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대국민 담화를 내놓고,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국정쇄신에 제동이 걸리는 등 여권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분위기도 반영돼 있다. 선거 직전에 여권 지지층이 결집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무응답층이 실제 투표를 안 할 유권자들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대선 등 다른 전국 단위 선거에 비해 지방선거 투표율이 통상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들을 투표 기권층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일은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는 점도 무응답층이 투표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이 같은 시각은 특히 여당에 많다. 새누리당은 숨은 표 논리 자체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보수층의 긴장감을 떨어뜨려 결집을 막고, 역으로 위기감을 느낀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정치에 환멸·혐오를 느낀 국민들이 선거에도 무관심해졌고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솔직한 대답을 여론조사를 통해 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와 여당에 실망해 무응답층으로 돌아선 유권자들은 실제로도 투표를 안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 관계자는 “숨은 표가 여권 성향이라는 것은 야당이 만든 프레임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며 “투표장에서 여당 후보를 찍는 숨은 표도 일부 있겠지만 실제 득표율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