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때 이른 여름더위 탓인지 노타이 차림의 가벼운 정장을 한 직장인들이 눈에 띄었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서점 안에서 신간 서적을 살피던 30대 초반의 남자는 “주말에 읽을 책을 고르는 중”이라며 “기존 경제 이론을 비판한 ‘21세기 경제학’ 같은 새로운 관점의 책들이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의 증권사에 다닌다는 그는 “주식시장이 이미 (오후 3시) 마감됐다. 업무에 필요한 책이라 잠시 짬을 내 나왔지만 회사에 알려지면 곤란하다”며 이름을 밝히길 꺼렸다.
직장인 독서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기업문화로는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실시하는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서 성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 1위는 늘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였다. 독서도 업무 연장이자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준비라는 인식이 기업 내에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체부 이형호 문화기반국장은 “개인 차원의 독서 행위를 기업의 문화로 끌어올려야 독서 인구의 허리인 청장년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2일부터 문체부와 함께 ‘책 읽는 김 대리’의 모습이 대한민국 일터의 익숙한 풍경이 될 수 있도록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 캠페인을 벌인다. 이 장기기획 시리즈에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 하에 매주 ‘독서 경영’ ‘인문학 경영’의 모범이 되는 기업 현장의 생생하면서도 참신한 사례를 발굴해 1년에 걸쳐 소개할 것이다. 이재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은 “당장의 경쟁에 밀려 척박했던 직장 독서 풍토에 우수 사례가 전파된다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 시리즈에선 1개 기업-1개 출판사 결연을 맺어줌으로써 불황을 이어가는 출판계를 살리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이는 기업에는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기업과 출판사를 잇고, 직장인과 책을 이어, 대한민국의 오늘을 내일로 이어가는 캠페인이다. 직장인들이여, 책을 펴자!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①] 1개 기업-1개 출판사 결연 책 읽는 일터 만들기 시동
입력 2014-06-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