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 ‘자국민 출신 이슬람 테러리스트’ 비상이 걸렸다. 특히 9·11테러를 일으킨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시리아 반군 그룹에 미국과 유럽 국적자들이 상당수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최근 시리아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시리아 반군 중 한 명이 미국 시민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자살폭탄 공격에 연루된 미국인은 ‘모너 모하마드 아부살라’라는 이름의 20대 남성”이라고 밝혔다. 아부살라는 지난 25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에서 대형 트럭에 폭발물 약 16t을 싣고 시리아 정부군이 있는 음식점으로 돌진했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인이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어서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플로리다주 남부에서 여러 곳의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비교적 유복하게 자란 평범한 청년이었던 아부살라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지난해 시리아에 입국해 시리아 급진반군단체 ‘알누스라 전선’에 들어갔다. 아부살라는 반군에서 ‘아부 후라이라 알암리키’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 아부살라의 고향인 베로 비치의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NYT)에 “그는 모범적인 아이였다. 이상한 점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미 사법 당국은 아부살라 부친이 팔레스타인인이지만 가족이 미국에 오기 전 어디서 살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미 정보 당국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단체들은 끊임없이 미국인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릭 넬슨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테러 선임담당관은 “미국인은 이들 테러단체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라며 “미국 여권만 있으면 아무런 제지 없이 대부분의 나라를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테러단체들이 미국이나 유럽 국적자를 끌어들여 훈련한 뒤 본국으로 보내 테러를 사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연방조사국(FBI)와 중앙정보국(CIA), 국토안보부 등은 시리아 반군지역에 들어간 미국인들의 행방을 추적하는 특별팀을 구성했다. NYT는 70명이 넘는 미국인이 주로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에 저항하는 반군단체 가입을 위해 시리아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도 시리아행을 택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최근 2년간 400여명이 시리아로 건너갔으며 지난 2월 영국인 한 명이 알레포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처음으로 감행했다. 프랑스 정부도 500여명의 프랑스인이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었다면서 청년들의 참전을 위한 출국을 막는 대책을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미 랜드연구소의 테러전문가 세스 존스는 “미국인 자폭테러범의 등장은 기존 테러대책의 틀을 바꿀 수 있는 큰 변수”라며 “테러 훈련을 받은 미국인에 의한 본국이나 해외 미국 관련 시설 테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유럽 국적 무슬림 테러범 비상
입력 2014-06-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