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충신 악비’ 언급 까닭은?

입력 2014-06-02 05:05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역사에서 충신의 대명사로 유명한 남송(南宋)의 무장 악비(岳飛·1103∼1142) 고사를 거론하며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31일 중국 관영 언론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국의 어린이날(6월 1일)을 앞두고 베이징 민족초등학교를 찾아 소년대원 입대식에 참가했다. 시 주석은 초등학생들이 쓴 ‘정충보국’(精忠報國·충성을 다해 나라의 은혜를 갚는다)이라는 붓글씨를 보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 네 글자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4∼5세 때 어머니가 이야기책을 사와 ‘정충보국, 악모자자(岳母刺字)’ 고사를 들려줬다고 소개했다.

고사는 북방의 여진족 금나라에 수도 개봉을 함락당하고 남쪽으로 도망가 겨우 명맥을 유지한 남송 왕조에서 끝까지 무력투쟁을 주장하며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악비와 그 모친에 관한 것이다. 모친은 악비가 어떤 유혹도 이겨내고 송의 신하로서 절개를 지키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들의 등에 ‘정충보국’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시 주석은 당시 “(악비가) 아프지 않았을까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아팠겠지만 악비는 자신의 마음에 (정충보국을) 아로새기게 됐을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회고했다.

시 주석이 이처럼 악비를 롤 모델로 새삼 강조한 것은 국내 반부패 투쟁과 국외 영유권 문제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온다. 현재 시진핑 지도부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를 비롯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파헤치고 있지만 반발 조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 주석은 전날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먼저 나서 일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관련 국가의 도발적 행동에는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