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 잠수사들 희생 더는 없어야

입력 2014-06-02 05:05
세월호 침몰 사고 45일째인 지난 30일 민간 잠수사 1명이 또 희생됐다. 지난달 6일 이광욱(53)씨에 이어 두 번째다. 잠수사들은 험한 파도와 세찬 조류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오로지 실종자들을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주겠다는 일념으로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잇단 희생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해역 수중에서 선체 외판 절개 작업을 하던 이민섭(44)씨가 가스 폭발에 의한 충격으로 부상당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밝혔다. 이광욱 잠수사처럼 이씨도 잠수 경력 20년이 넘은 베테랑이었지만 작업에 처음 투입됐다 변을 당하고 말았다. 잇단 사망사고로 동료 잠수사들은 물론 실종자 가족들까지 망연자실하고 있다.

문제는 이씨를 죽음으로 내몬 수중 절단 방법이 위험하다는 일부의 사전 지적이 묵살됐다는 데 있다. 사고대책본부는 실종자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지부진한 수색 작업 타개책을 모색하기 위한 회의를 지난달 24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잠수사들은 산소를 이용한 수중 절단 방식이 폭발 우려가 있는 등 위험하다고 수차례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그들의 충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씨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이광욱 잠수사도 2인1조가 아닌 단독 입수, 무리한 작업 등 안전조치 미흡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광욱 잠수사의 희생이 헛된 꼴이 된 셈이다. 소 읽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고질병이 도대체 언제쯤 사라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색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가운데 실종자 수도 며칠째 ‘16’에서 멈춰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장 기상이 악화돼 오는 4일까지 수색이 중단된다고 한다. 가족 품으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를 찾기 위한 작업은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하지만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잠수사들의 안전도 무엇보다 소중하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사고대책본부는 잠수사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 조치를 취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