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한민국의 숙원은 통일이다. 동시에 나의 소원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대한민국이 아닌 일제 식민지였다. 한국 이름 김창준 대신 일본식 이름인 ‘오타준이치’로 불렸다. 6·25전쟁 때는 인민군의 감시 하에 한강변에서 밤새 참호를 파기도 했다.
반세기 넘는 이민생활을 하면서 노쇠해지는 육체와 달리 조국을 향한 그리움과 통일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미국이라는 ‘제3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중앙정치 속에서 한반도 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드는 확신이 하나 있다.
한반도 통일은 우리 민족이 도약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통일은 우리에게 ‘대박’임에 틀림없다. 그럼 통일의 그날은 언제일까.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별안간 강한 힘으로(fast and hard)’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느닷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통일에 대해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통일이 몰고 올 재정 부담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투자 형식의 채권인, 이른바 ‘통일채권’ 발행을 제안해 본다. 통일이 되면 이 채권의 가치는 수십 배로 증가할 것이다. 통일의 과정에 있어서 일정 부분 고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다면 그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단결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최악의 시련기를 걷고 있다. 연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차기 국무총리 내정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틈을 타 북한은 이 기회를 악용할 수도 있다.
이제 다시 인간 김창준을 되돌아본다. 고백하건대 지난 인생을 돌이켜 보면 후회뿐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바쁘게 살았지만 놓친 게 너무 많다.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내게 도움을 요청하러 온 이들을 거절했던 일, 나를 찾아온 이들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기억들이다. 남을 위한 삶보다는 나만 위해 살아온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크다.
위기에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기도했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릴 때는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매사가 원만하면 내가 잘나서 그런 줄 알고 자화자찬에 교만했던 모습에 부끄럽고 창피하기 그지없다.
이렇다 보니 여생의 큰 과제는 회개다.
회개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때마다 주님은 내게 늘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셨다. 그저 나 혼자서 나만의 잘못을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회개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성령께서 나의 양심을 깨우시고 비춰 주시는 순간 까맣게 잊었던 죄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신의 죄를 깨닫게 하는 은혜(convicting grace)’다. 마치 모범 군인이었던 우리아를 죽인 다윗이 나중에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다”(삼하 12:13)고 고백한 것처럼. 내 죄를 깨닫게 하는 은혜를 하나님께서 부어주시길 늘 기도하고 있다.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였다. 어느 목사가 링컨 대통령을 향해 말했다. “주님께서 각하와 북군 편에 함께 계시도록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하지만 링컨 대통령의 대답은 이랬다. “저의 관심사는 하나님이 누구의 편에 계신가가 아닙니다.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내가 과연 하나님 편에 서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항상 정당하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이자 상대방의 하나님이라는 겸손한 신앙을 강조하는 예화다. 내 삶의 마지막 날은 언제일지 모른다. 회개하는 신자로, 겸손한 신자로 기억되고 싶다. 그동안 부끄러운 인생 고백을 들어주신 독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창준 (19·끝) ‘별안간 강한 힘으로 올 통일’ 다 함께 준비할 때
입력 2014-06-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