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끼리끼리의 함정

입력 2014-06-02 05:05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의 서쪽 끝에 위치한 야마구치(山口)현은 막부시대에는 조슈번(長州藩)이라 불렸다. 조슈번의 사무라이들은 근대화운동인 메이지유신에 앞장섰는데, 이들을 정신무장시키고 새로운 일본을 만들자고 외친 이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다.

요시다는 급진적 사상가이자 행동가로서 불과 29세 젊은 나이에 사형당했지만 그의 제자인 다카스기 신사쿠,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은 메이지유신의 주역이 되었다. 그가 우리 민족과 밀접히 연관된 것은 정한론(征韓論), 즉 조선을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의 제자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이것을 실행했다. 또한 경복궁을 점령하기도 한 오시마 요시마사(大島義昌) 역시 요시다의 제자이며 아베 총리의 고조부이고, 그의 사위이자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가 된다. 지금 언급된 이들은 모두 야마구치현 출신이고 아베 총리는 야마구치현 의원으로 당선되어 정치에 입문했다.

피해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 아베 총리의 말은 망언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있는 공동체에서는 망언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지역과 문화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아베 총리 개인의 역사의식도 한몫하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끼리끼리’ 문화다. 문제는 끼리끼리 문화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다. 이스라엘 출신의 심리학자 아리엘 메라리(Ariel Merari)는 자살폭탄테러 등을 일으키는 테러리스트 집단을 조사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테러리스트들은 대부분 학력이나 재산 정도가 높거나 보통인 사람들이었다. 외부와 격리된 공동체에 그들을 속하게 한 뒤 정신교육을 시키고 자살테러를 칭송하고 마을에서 성대한 잔치를 열어주면 그들은 심리적 퇴로를 잃고 기꺼이 순교자처럼 자신의 목숨을 던진다. 이처럼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소속 집단의 영향을 강력히 받는다는 것의 극단적 예가 테러리스트다.

끼리끼리 문화에 있다 보면 자신들 밖의 집단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 못하거나 배려를 잃기 쉽다. 이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 아니다. 요나는 니느웨 백성이 하나님의 벌을 받길 원했다.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하나님께 화를 낸다. 하나님은 요나에게 ‘너는 너의 그늘이 되어줄 식물조차도 그토록 아끼는데, 내가 십이만명도 더 되는 니느웨 성읍을 아끼는 것이 타당치 않느냐’(욘 4:10∼11)고 반문하신다.

우리도 혹시 끼리끼리 문화에 함몰돼 망언을 일삼고 있지는 않은가. 나와 다르다고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폄훼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끝없이 편을 가르고 끼리끼리 뭉쳐 싸우던 조선의 붕당(朋黨)은 결국 나라가 무너지게 되는 원인이었음을 기억하고 성령의 교통하심 가운데 하나가 되기 위해 힘쓰는 한국교회가 되길 바란다.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