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감기인 줄 알았더니 심장혈관 이상이라고?… 가와사키병!

입력 2014-06-02 05:05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가 가와사키병이 의심되는 한 여자 아이의 심장에서 잡음이 들리는지를 청진기로 진찰하고 있다.서울대병원 제공

봄기운을 느낄 새도 없이 여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요즘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치솟으며 한여름만큼이나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만큼 일교차도 벌어져 오한과 열이 나는 등 ‘감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할 병이 있다. 바로 ‘여름감기’와 증상이 아주 비슷해 오인하기 쉬운 ‘가와사키병’이다. 가와사키병은 급성 호흡기감염증으로 발생한 고열과 발진을 동반한 심장혈관 이상질환을 말한다.

주로 한국 일본 미국 등 환태평양 국가의 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심장혈관에 대동맥류를 만들어 생명이 위험해진다. 동맥류는 혈관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다 터질 경우 대량 출혈을 유발, 응급개복(개흉) 수술을 필요로 하는 혈관기형의 일종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는 1일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말 기준 5세 미만 어린이 10만명당 134.4명의 발생빈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2006년의 10만명당 108.7명보다 무려 25.7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김 교수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전국 87개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서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환자 1만3031명을 대상으로 발병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감기인 줄 알고 아이에게 해열제만 먹이다가 뒤늦게 가와사키병에 걸렸음을 알게 된 환자 수가 조사기간 중 연평균 4343.7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치료시기를 놓쳐 심장혈관에 거대 동맥류까지 합병하는 바람에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던 가와사키병 환자는 총 26명으로 집계됐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10일 대한소아심장학회가 연세의료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홀에서 개최한 제9회 가와사키병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1962년 일본 가와사키 지방에서 처음 발견돼 가와사키란 병명을 갖게 된 이 병의 원인은 아직도 잘 모르는 상태다. 의학자들은 변종 호흡기바이러스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이 감염 시 면역반응이상으로 걸리는 게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 환자가 타고난 유전환경에 따라 증상도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빈번한 까닭이다. 어떤 아이는 아무 이유 없이 보채기만 한다. 설사나 복통을 동반하는 아이도 있다. 발병 초기에 감기로 오인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가와사키병 환자들은 초기엔 고열과 더불어 기침, 설사, 복통, 두통 등과 같이 감기 유사 증상만 보인다. 그래서 가와사키병 환자 부모들은 대부분 병이 진행하면서 피부발진, 눈과 혀 충혈 등 다른 증상들을 나타낸 다음에야 허둥지둥 큰 병원을 찾고 있다.

가와사키병의 초기 주 증상은 고열과 발진이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수 교수는 “만약 5일 이상 39도가 넘는 고열이 지속되면서 손발 부종, 양쪽 눈 충혈, 빨간 입술과 딸기 모양의 혀, 온 몸에 생기는 피부 발진, 경부 림프절 비대 등 5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나타나면 가와사키병을 의심해 바로 큰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가와사키병은 발병 후 10일 이내에 면역글로불린 투여와 고용량 아스피린 치료를 받으면 쉽게 회복된다. 단 면역글로불린 주사는 한 번 맞을 때 12시간 정도 주사기를 달고 지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아스피린은 하루 3∼4회씩 복용케 하는 게 일반적이다.

병의 재발률은 1∼3%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아직 발병원인을 잘 모르므로 특별한 예방법도 없다. 김 교수는 “일반적 호흡기 감염질환 예방수칙인 수시로 손 깨끗이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감기 증상처럼 사소해 보이는 증상도 혹시 이전과 다른 게 없는지 주의를 기울여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