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재현] 한―아세안 스킨십 강화를

입력 2009-10-18 19:40


올해는 아세안의 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 교류가 활발했다. 올 초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에 이어 아세안 지역을 핵심 대상으로 하는 신아시아외교가 태동했고, 6월엔 제주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됐다. 또 올해는 한-필리핀 수교 60주년이자, 우리나라가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이 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20∼25일 이 대통령의 아세안 국가 순방은 일련의 아세안 외교 연장선상이다. 특히 이번 아세안 국가와의 만남은 올해 초 조성된 한-아세안 관계의 추동력을 지속시키고, 우리의 아세안 외교를 강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신뢰관계 구축이 핵심과제

우리 외교는 지금 중견국가, 개도국에 주목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위상에 걸맞은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목표 달성의 우선적 주목 대상은 아세안 국가들이며, 이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과제이다. 국가차원의 신뢰 구축은 지속적인 교류와 관심에 의해 얻어진다. 따라서 올해 6월에 있었던 특별정상회의에 이어 아세안 국가와 계속적인 만남과 공통의 관심사를 매개로 한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순방국인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한국과 심리적 거리가 가깝고, 향후 협력사업의 확장이란 측면에서 이상적인 국가들이다.

역내에서 최단기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은 이미 초기 산업화 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고속철도, 고속도로, 원자력발전소, 대규모 공단 등 인프라 건설과 관련한 수요가 꾸준히 나타날 수 있는 국가이며 한국 기업들이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여 경제적 이익을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다. 또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주변 국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견국가로 오래 전부터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형성을 원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최근 한국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해 입국하는 외국인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을 정도로 최근 한국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졌다. 농업 위주여서 국민소득이 낮지만, 한국의 발전 경험을 전수하기에 적합하다. 농업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통한 소득의 증가와 생활안정, 생활수준 향상, 그리고 산업화라는 단계적 플랜과 발전 패키지가 잘 적용될 수 있는, 그리고 이를 잘 수용하여 한국적 발전모델의 모범적 적용이라는 선례를 남길 수 있는 국가이다.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한국에 대한 호감이 강하며 한국의 발전에 대해서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긴밀한 국가 간 관계로 이어지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점은 두 나라와의 교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이 될 수 있고, 상호 호감을 확대재생산해낼 수 있는 방향의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로부터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얻어내려 접근한다거나 한국이 우위에 있다는 우월한 의식으로 이들 국가를 대한다면 협력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한국이 추구하고자 하는 무형의 이익, 즉 국제적 위상 강화, 역내 리더십 확보, 국가 브랜드 향상과 같은 목표의 달성은 요원해진다. 개도국 혹은 약소국들에 대한 외교는 이들 국가의 요구와 아픈 부분에 민감하고 감수성 풍부한 고감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호감의 확대재생산 모색해야

외교적 접근법의 변화와 더불어 국내적 과제도 있다. 이미 한국에는 베트남, 캄보디아를 비롯하여 아세안 국가에서 온 많은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과거 아세안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관습과 문화에 대한 몰이해, 노동탄압으로 많은 비난을 받은 것처럼 이제 한국사회에 들어와 있는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차별적 시선과 인권침해 사례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 사이 발전적 관계 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상 간의 만남을 포함하여 다양하고 꾸준한 국가 간 접촉과 교류, 협력, 한국 사회 내 아세안인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 그리고 아세안에 대한 국내적 인식의 제고가 함께 가야만 한-아세안 관계는 이전보다 진일보한 발전적 형태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재현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