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안용항] BT 연구는 계속되어야
입력 2009-08-30 21:51
지난 주 경기도가 황우석 박사와 함께 당뇨병 관련 연구 개발에 중요한 '형질전환 복제돼지 생산에 관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은 세계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바이오 기술 개발과 관련된 한 가지 모델이다. 비록 경기도의 지원이 연간 410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와 비숫한 형태의 모델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은 국민의 지혜와 노력밖에 없다. 신기술은 고부가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나라들이 갖기를 원하지만 기본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기술 개발은 단기간에 어렵고 기술 이전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황우석 과오와 신기술은 별개
신기술 개발은 또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며 2등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핸디캡은 단기간의 소형 투자로는 목표에 달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가난한 국가들은 쉽게 신기술 개발에 참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신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 지원뿐만 아니라 개발된 신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신기술에 해당되는 것 중의 하나가 황우석 박사 팀의 바이오 테크놀로지(BT)다.
일각에서 논문 조작 파동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도민의 세금으로 황우석 박사 관련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진행 중인 재판은 경기도가 지원하려는 연구와 직접 관련이 없다. 그것 때문에 경기도의 의미 있는 BT 개발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은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고 본다.
연구를 빙자해 연구와 관련 없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 것도 허용할 수 없지만, 어떤 잘못 때문에 잘못과 상관없는 연구를 차단시키려는 것도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잘못은 잘못으로 다루고 연구는 연구로 다루면 되는 것이다.
과거에 한 가지 잘못한 일을 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모든 미래를 금지시키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만약 이것이 타당하다면, 살아오면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만 연구가 허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이성적 판단이 아니다. 하려는 연구 내용에 잘못이 없다면 연구를 금지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잘못은 잘못된 내용으로 판단을 받아야 하며 연구는 연구한 내용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경기도가 황우석 박사 팀을 지원하려는 이유가 바이오 관련 신기술이 국가 미래에 중요하며 또한 신기술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황 박사 개인의 어떤 잘못을 감춰 주기 위한 의도가 아님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따라서 경기도의 지원 의지가 중단되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연구 풍토가 척박한 곳에서 경기도와 황우석 박사 팀 간의 협약은 연구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이러한 연구 지원이 하나씩 늘어나 연구자들 간에 공정한 경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긍정적 희망에 눈 돌리는 포용
연구자들이 늘어나 다양한 신기술이 개발되고 그 기술의 세계 표준에 대한민국 상표가 붙는다면 비로소 기술 선진국의 명예를 획득할 것이다. 천년의 세월을 견디게 만든 로마의 기술력이 화려한 로마 문화를 만들었듯이, 우리가 만든 신기술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진정한 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제 온 힘을 모아서 그 문턱을 넘어야 하며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따라서 BT를 비롯한 여러 신기술 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희망에 눈을 돌리는 포용이 확산돼, 여기저기서 신기술과 관련된 협약들이 점점 늘어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안용항(갈산중앙의원 원장·의료와사회포럼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