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양정호]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려면

입력 2009-08-02 18:01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라디오 연설에서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내) 임기 말쯤 가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 가까운 입시 사정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전면 확대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의미로 이야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설사 그렇더라도 대통령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니는 비중을 생각할 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교육 정책이나 방향이 좋더라도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문제점들을 수정하면서 점차 확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특히 입시는 1만1000개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당히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취지 공감하나 신중 기해야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시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의 자율권 확보와 성적 위주의 학생 선발이 아닌 학생의 잠재력을 기준으로 선발할 수 있는 길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입학사정관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제도다. 우리나라처럼 대학이 어떤 학생을 뽑아야 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를 세부적으로 규정한 나라를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학사정관 제도 도입은 단순히 점수 위주의 선발이 아닌 학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학의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역량을 대학이 지닐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07년에 시범적으로 10개 대학을 선정해 지원했고, 올해는 지원 대학을 47개로 확대했으며 이 제도를 통한 전체 모집학생 인원도 2만690명으로 상당히 늘었다.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도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나 방향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도입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입학사정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현재의 입학사정관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다는 점이다. 대학들은 사회에서 요구되는 책무를 다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엄격한 윤리적 기준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해 단순히 성적만 우수한 학생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과감하게 선발했다. 즉 SAT나 교과 성적이 아주 우수하다고 해도 주요 대학 입시에서 불합격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에서는 어떤 학생을 선발했는지 대학 홈페이지에 적극 공개하고 있다.

둘째, 입학사정관 제도의 주요 목적이 고교교육 정상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각 고등학교가 지금과 달리 고등학교마다 차별화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 고등학교에서 독서나 리더십 관련 특징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을 길러내고 있다면 대학은 이런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고등학교 졸업생을 우선해서 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각 고등학교가 독특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며, 대학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이 점수만을 위해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高校 차별화교육 인정 필요

마지막으로 정부는 입학사정관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정착 과정에서 나타난 조그만 실수나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입시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입학사정관 제도 확대를 미루거나 과거처럼 대학입시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4년 후 이명박 정부에서 우리나라 입시가 학부모나 학생을 비롯해 교사, 대학 관계자 모두가 만족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길 바라고 또 그렇게 만들도록 우리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