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연호] 한국 대학 국제화의 길
입력 2009-07-29 18:03
최근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신종 플루와 몇년 전 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사스(SARS)는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 간 인재 교류도 활발하다. 창의적이고 잠재성을 가진 우수한 인재는 국가 경쟁력의 요체로서 선진국은 앞다퉈 국적을 불문하고 규정을 고치면서까지 우수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 국제교류자협회(NAFSA) 연차총회 자료를 보자. 미국 학생들의 주요 해외 파견 프로그램인 해외연수 프로그램(SAP)의 파견 국가는 대부분 유럽에 치중돼 있다. 최근엔 아시아 지역 파견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파견 대상국이 중국과 일본에 한정돼 있다.
외국 학생 넘치는 캠퍼스를
한국은 왜 SAP 대상 국가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세계적 관심은 높으나 국가 호감도면에서는 여전히 낮다는 방증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외국인과 영어가 넘쳐나는 대학 캠퍼스'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대학이 국제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한국 대학의 국제화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국제화를 달성할 수 있는가?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국제화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국제화는 한마디로 '문화(Culture)+의사소통(Communic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 이것이 진정한 국제화다. 의사소통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제화는 실질적인 국제화를 이룰 수 없으며 글로벌 경제활동 능력을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제화를 이루기 위한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IaH(Internationalization at Home)다. IaH는 '안방의 국제화'를 의미한다. 외국의 원어민을 국내로 불러들여 국제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IaH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우리 대학에선 시행하고 있는 '원어민 초청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매년 미국 호주 등 여러 자매 대학 학생들을 불러들여 재학생들과 일정 기간 숙식을 같이하면서 1대 1 체험을 하는 것이다.
특히 전통 다도, 태권도 등의 문화 체험으로 한국에 대한 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특강, 토론 등을 곁들여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도록 한다. 이 프로그램의 열매는 결국 국내 재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둘째, IA(Internalization Abroad)다. 국내 대학에서 이미 많이 운영하고 있는 '밖으로 내보내기'다. IaH만으로는 국제화의 두 구성 요소인 문화 및 의사소통을 만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상호 보완적 관계로 IA를 통해 재학생을 해외로 보내 실전을 통해 적응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확보토록 하는 것이다.
영어 노출 인프라도 필수
한국 대학의 국제화에 긴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학 캠퍼스를 IEE(Infrastructure for English Exposure)화하는 것이다. '영어노출 인프라' 구축을 뜻하는 IEE는 대학 캠퍼스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의 총체적인 국제화가 달성되는 것이다.
북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및 핀란드를 방문해보면 IEE를 실감하게 된다. 각종 TV 프로그램을 더빙 없이 원음 그대로 방영하는 등 철저한 '노출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모국어와 그 나라의 문화를 지키면서도 전국민 영어 인프라 구축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가진 우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이다.
이처럼 IaH 및 IA 프로그램의 효과적 시행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점진적으로 IEE를 구축하게 되면 머잖아 우리 대학의 국제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정연호 부경대 교수 국제교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