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창식] 혁신도시계획 혁신해야

입력 2009-07-22 18:16


혁신도시계획은 수도권에 있는 178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면서 지방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10개의 성장거점도시를 건설함으로써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신도시 건설계획이다. 총 개발면적이 여의도의 18배, 예산만 해도 12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이다.

혁신도시사업은 얼핏 들으면 수도권 과밀문제 해소와 지방 발전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청사진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봐도 그 허상을 쉽게 알 수 있다. 현 계획대로는 지역균형발전도 이루기 어렵고 오히려 수도권 과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정부와 공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집권한 지 1년이 넘는 여당까지도 지난 정부가 '대못'박은 사업이라는 핑계로 그냥 덮어두고 싶은 모양이다.

실패 땐 현정부도 면피 못해

이 정책이 실패한다면 현 정부도 그 책임을 면키 어렵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국민이 모두 부담하게 되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추진되면 될수록 합리적 대안을 찾기도 어렵고 비용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관련 당사자 모두가 혁신도시에 대한 실상을 객관적으로 검증, 무엇이 최선인지 심도 있게 논의해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혁신도시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혁신도시사업이 당초 출발 목표인 수도권 기능분산을 이루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수도권 과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 후 공공기관 건물 모두가 철거되어 공원 녹지와 같은 오픈 스페이스로 전환된다면 도시기능이 분산될 수 있다. 그러나 현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보면 현재 대부분 저밀도로 계획되어있는 공공기관 이전지를 고밀도로 도시계획 변경한 후 매각하여 이전비용을 확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수도권 도시집중이 보다 심화될 게 뻔하다. 설사 이전지가 종전 계획대로 매각돼 민간의 토지이용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종전보다 도시기능이 더 떨어지기 어렵다.

둘째,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산·학·연·관 클러스터를 형성해 지역별로 특화, 개발하겠다는 혁신도시계획 자체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혁신도시를 성장거점도시로 건설하려면 지역경제총량을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대규모 산업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계획인구 27만7000여명의 혁신도시에 3만5000여명밖에 안 되는 공공기관 이전계획만 확정되어 있지 구체적인 투자유치계획은 오리무중이다. 지난 3월까지 공공택지조차 약 10%밖에 팔리지 않았다. 자칫 혁신도시가 취약한 기존 도시만 쇠퇴시키면서 공공건물만 몇개 들어선 기형적인 섬이 될까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비효율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공공기관이 상호 연관성이 높은 정부 부처나 타 공공기관과 멀리 떨어져 분산됨으로써 공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정부 기능까지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공공기관이 유관기관이나 연관기업 등과 분리된 섬일 수 없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벗고 대안 확보를

지금이라도 포퓰리즘의 굴레에서 과감히 벗어나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고 공기업의 국제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혁신도시 대안을 찾아보자. 현 계획대로 이주해도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공공기관에 한하여 적정규모로 클러스터를 이루어 이전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이미 보상된 도시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관리 이관해 주는 것도 대안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산업 용지를 장기저가임대 개발하는 등 지역별 성장잠재력에 따라 가장 차별성이 있고 경쟁력 있는 산업 투자를 자유롭게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자. 더 이상 지방이 수도권에만 매이지 말고 외국 도시들과 당당히 경쟁해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워주자.

최창식 성균관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