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제훈] 檢 ‘개인정보 유출’ 이중잣대

입력 2009-07-19 18:52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검찰이 지난 13일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업가 박모씨와 해외 동반 골프 여행과 면세점 고가 쇼핑 사실을 민주당 박지원 의원에게 제보한 사람에 대한 경위 확인에 나서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보복 수사라는 지적에 펄쩍 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9일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개인 정보가 마음대로 유출된 것은 큰 문제"라며 "공공기관의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개인 정보를 빼돌리고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 정보를 유출한 사람을 엄정하게 처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의 논리는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MBC PD수첩 수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PD수첩 제작진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국가기관이 개인의 사적 영역에 해당되는 이메일을 '유출'하면서 제작진의 의도적인 왜곡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증거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당시 제작진은 수사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개인 이메일을 공개했다며 반발했다. 그런 검찰이 이번에는 천 전 후보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며 관세청을 상대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검찰권이 자의적으로 사용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사청문회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의 답변을 보면서 참담하고 좌절감을 느낀 젊은 검사가 많았다. 사상 초유의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검찰권이 편향된 잣대를 기준으로 행사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 땅에 떨어진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훈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