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강원택] 인사 파동 왜 반복되나

입력 2009-07-19 18:01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항상 흥미를 끄는 건 결정적인 순간 감독의 선수 기용이다. 대타로 내보낸 선수가 안타를 쳐 팀을 승리로 이끌거나 교체 선수가 결승골을 넣는 모습을 보면 감독이 참 용한 재주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누가 언제 어떤 자리에 있느냐가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은 조마조마할 것 같다. 집권 초 첫 내각 및 청와대 인사부터 최근의 천성관 검찰총장 인사까지 이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들은 단 한 차례도 쉽게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임기 초 인사는 소위 '고소영 내각'이니 '강부자 내각'이니 하는 여론의 비아냥을 받았고 이런 인사 파동은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렸다.

야구 감독의 선수 기용을 보라

이 대통령이 요즘 소위 친서민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사실 부자 정부라는 이미지도 그때 생겨났던 것이다. 그만큼 고위 공직자 인선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낳지만 그동안 이 대통령의 인재 기용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일이 생겨나는 것은 무엇보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검증 과정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성관 사태'를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은 야당 국회의원도 알 수 있는 정보를 어떻게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는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정말 몰랐다면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고, 알고도 임명을 추진했다면 고위 공직자의 청렴성이나 도덕성에 대해 지극히 무감각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라고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만일 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마음에 두고 꼭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그만큼 검증 과정은 소홀해질 수 있다.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웬만하면 '윗분의 뜻'에 거슬리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혹은 검증을 받아야 할 후보자와 검증의 책임자가 이런저런 연유로 친분을 맺고 있다면 기왕이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어할 것이다. 이런 것이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나라의 인사 검증은 그런 개인적 판단이나 정의(情誼)를 넘어서 객관적이고 제도화된 절차를 필요로 한다. 검증 절차를 한 기관에 의존하지 말고 여러 기관에서 각각 취합한 복수의 정보를 토대로 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체계적인 인사 검증 여부는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달려 있다. 즉 인사 검증 시스템의 최고 책임자는 결국 대통령 자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한 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 천성관 후보자의 거짓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지적이다.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한 사람을 조사하는 곳이 검찰인데 그 최고책임자 될 사람이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은 백번 천번 지당한 말이다.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보면 일단 청문회만 벗어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후보자가 거짓말을 늘어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用人 검증 교훈 준 청문회 파동

비단 검찰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거짓말은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주요 공직 후보자들에게 개인 재산 등 신변 문제뿐만 아니라 신뢰와 같은 도덕적인 처신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야구, 축구 이야기로 돌아가면 결국 감독의 용한 재주는 선수들의 실력과 몸 상태, 장단점 등을 철저하게 체크하고 관리해 온 데서 비롯된다. 각 선수에 대한 기록이 꼼꼼하게 담겨져 있는 감독의 파일이 결국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이번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건을 계기로 보다 체계화된 검증 시스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 전환을 기대해 본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