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길―이화익] 베니스와 광주
입력 2009-07-14 17:55
114년의 역사를 지닌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 최대의 미술 축제로 올해가 53회째다. 지난 6월7일 개막해 11월22일까지 약 6개월간 열린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공식 개막식은 전 세계에서 몰려온 미술 애호가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의 전시 주제는 '세상 만들기(Making Worlds)'.
역대 최연소 총감독으로 선출된 스웨덴 출신 다니엘 번바움(46)은 "우리 세계는 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창조될 수 있다"며 "베니스 비엔날레를 통해 세계 창조의 과정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77개국에서 선정된 90명 작가의 작품을 모은 아르스날레 본(本) 전시와 정원이란 뜻의 자르디니 공원에서 열리는 국가관 전시, 그리고 비엔날레와 연계된 각종 특별전 및 부대행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베니스로 끌어당기고 있다.
한국관은 1995년 100주년 기념 때 개관해 일본관과 독일관 사이에 200㎡ 남짓한 전시공간을 갖추고 있다. 올해에는 한국관 작가로 선정되어 개인전 '응결'을 꾸민 양혜규씨가 본 전시에도 초대되어 한국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그는 서울대 조소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베를린을 거점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스타다.
'응결'은 비디오, 조각, 설치작품인데 이 중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이 주목을 받았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전시장에 블라인드를 설치해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게 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특정한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블라인드에서 만들어지는 반투명적인 공간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고 싶었다"면서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올해 비엔날레 최고의 화제작은 덴마크관과 노르딕관이었다. 덴마크의 마이클 옐름 그렘과 노르웨이의 잉가르 드라그세트가 '컬렉터들'이라는 이름으로 기획한 이 전시는 24명의 작가와 디자이너를 참여시켰다. 전시장은 최고급 가구와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치장돼 있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식탁은 반으로 쪼개져 있고 서재로 통하는 계단은 무참하게 부서져 파괴된 가정을 묘사했다. 덴마크관은 이혼으로 갈라선 것처럼 보이고, 노르딕관은 집주인으로 추측되는 컬렉터인 남자 마네킹이 수영장에 익사한 것처럼 떠 있어 주목을 끌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녀와서 광주 비엔날레를 생각해보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이탈리아 정부는 베니스를 비엔날레의 도시로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미술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해에는 건축 비엔날레가 열린다.
알다시피 베니스는 세계 최고의 관광지다. 바다 위에 건설한 찬란한 역사와 낭만적인 도시가 비엔날레로 인하여 한층 매력적인 도시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에 비해 광주 비엔날레는 타 도시에서 경쟁적으로 열리는 다른 비엔날레들 때문에 관심이 분산됨으로써 집중이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적으로 광주비엔날레는 꽤 알려져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퇴보하는 듯한 인상이다.
광주 비엔날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주가 베니스와 같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가 쾌적한 숙박시설과 맛있고 깨끗한 식당, 그리고 미술 외에 패션 및 쇼핑센터 등을 갖춘,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화익 이화익갤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