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영옥] 4·19 시대정신 되살리자
입력 2009-04-15 21:43
이 나라 민주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4·19혁명이 일어난 지도 어언 49년이 되었다. 4·19혁명이 피로써 추구했던 가치는 이승만 독재정치로 억압당했던 민주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자유를 회복하려는 뜨거운 열정이었다. 불의한 공권력의 횡포에 대한 국민의 승리를 의미하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 원리를 입증한 역사적 사건이다. 4·19혁명은 민주의식의 발전과 토착화를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자 투쟁이었다. 그러나 4·19혁명이 역사 속에 박제가 된 채 희미해져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매년 정부에서 기념행사를 치르고 대학가에서도 부산을 떨지만,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잔치 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희미해진 그날 혁명의 기억
4·19혁명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던 시절, 학생들이 정권의 부정부패에 맞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 주권재민을 확립하고 민주주의의 참 모습을 보여준 민주혁명이다. 4·19혁명은 대한제국 이래 강조된 국민 주권주의의 승리였으며 3·1정신을 계승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인 혁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4·19혁명의 역사적 의의는 매우 크다. 그것은 3·1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민주주의를 계승했고, 혁명 이후 32년간의 군인정치에서 새로운 문민정부의 탄생을 가능케 한 뿌리였을 뿐만 아니라 그 정통성과 도덕성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이렇게 볼 때 4·19혁명정신은 우리 민족이 정의롭고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민족이 될 수 있게 하는 고귀한 정신적 유산이며, 한국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그 숭고한 가치는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19혁명의 민주이념은 그 후 집권세력의 무능과 경제, 사회적 기반의 취약성으로 아직도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지금 우리는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으로부터 공갈과 협박을 당하고 있고, 1997년 외환위기와 비교되는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까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을 극복하고 국가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젊음을 희생하고 피로써 국가를 구한 4·19정신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역대 대통령과 그 가족, 인척들이 줄줄이 검찰에 연행되고, 여야의원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국가발전은 망각한 채 집단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희생을 거부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위정자들이 그릇된 길을 택하는 원인은 본래부터 권력에는 부패하기 쉬운 요소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며, 권력의 자리를 에워싸고 항상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퇴직 후를 생각하여 갖은 방법과 술책을 사용한다. 무엇이 진실로 자기 자신과 국가를 위하는 길인가를 긴 안목과 높은 차원에서 고찰하는 위정자라면 반드시 국가발전을 위한 노력에 솔선하여 몸을 던질 것이다. 그 길만이 건실한 공동체 발전을 약속할 뿐만 아니라, 그 길만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정치가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올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 질타하는 先烈
위정자들은 이를 명심하여 조국의 장래와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4·19혁명정신을 재조명하고, 함양·계승·발전시키며 이에 상응하는 정신으로 개인의 이권을 넘어 국가공동체의 단결과 발전, 그리고 민족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어느 나라든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국가공동체는 유지되고 발전된다. 위정자들은 4·19민주혁명의 열정을 본받아 국난 극복을 위해 최선의 힘을 다해 후세에 귀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정자들이 4·19민주혁명의 시대정신을 토대로 흐트러진 민주역사를 재정립하고 선진화로 나가는 데 혼신의 힘을 모아주기를 당부한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국가보훈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