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학래] 다시 나무 땔감을 쓴다니

입력 2009-03-18 22:02


따뜻해지는 온기와 함께 산과 숲도 새로운 봄을 맞을 채비에 분주하다. 주위를 둘러 보면 우리나라가 언제 이처럼 푸른 산을 갖게 되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봄철의 산을 보노라면 학창시절 송충이잡이 노력봉사가 생각난다. 당시 주변의 산은 거칠고 황량했다. 그나마 듬성듬성 있는 소나무를 살리는 길은 송충이를 물리적으로 방제하는 길뿐이었다. 수십년이 지난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산림녹화 성공신화를 이룬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의 가장 큰 동력은 식목일을 국경일로 지정해서가 아니었다. 전국민이 송충이박멸에 참여해서도 아니었다. 대체 연료로 연탄이 일반화된 것이 우리 산을 푸르게 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믿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최근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와 달리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지 않는 청정자원인 산림자원을 저탄소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보호와 육성 위주의 산림자원관리 정책을 순환임업과 지속적인 자원이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산림청의 방향이다. 이를 위해 숲가꾸기 산물과 벌채를 늘려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펠릿보일러 등에 활용할 계획이란다. 정부는 2008년 현재 1000대 미만인 화목보일러와 펠릿보일러를 2020년까지 6만5000대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연료를 조달하기 위해 올해 3곳, 2017년까지 전국에 16개소에 목재펠릿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각 지자체에서는 목재펠릿 또는 화목보일러 설치를 희망하는 경우 설치비의 70%까지 지원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나무를 땔감으로 하는 과거로의 회귀이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활용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일조할 뿐 아니라 산촌지역 활성화나 농산촌지역의 고용확대와 연계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산림정책에 대한 정부의 사고 변화가 산림을 가장 쉽게 파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서 산림자원을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음은 매우 우려스럽다.

목재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목재를 재료의 형태로 더 많이 사용한다면 탄소흡수원 또는 탄소고정원으로 목재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다. 목재를 고급 가구나 주택 내장재, 신문용지나 각종 서적을 만드는 종이 등 재료의 형태로 활용한다면 목재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우리 생활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또 오랜 기간 사용하거나 재활용까지 한 후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할 때 폐기할 수 있다. 오래 사용한 다음 폐기할 경우에도 목재나 종이는 고맙게도 스스로의 에너지 가치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기에 이때 에너지원으로 활용해도 같은 에너지를 내는 소중한 자원이다.

목질계 자원을 이용한 펠릿 등 바이오에너지원으로의 활용이 활성화된 외국에서도 대부분 목제품으로 사용하고 남은 폐재, 또는 용재 수집 시 발생한 부산물 등 저급의 원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펄프 폐액 역시 바이오매스로 정의해 에너지원에 포함시키고 있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변했다고 해서 일순간 많은 양의 바이오에너지가 얻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부는 산림자원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지구가,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과다 방출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바이오에너지원으로서의 산림자원 활용에 과도하게 집중한다면 지난 60년 간 국민과 정부가 함께 성공시킨 우리나라의 산림녹화를 연기와 함께 날려버릴지 모른다. 좋은 목재는 그에 알맞게 먼저 골라 쓰는 지혜를 잊지 않아야 한다.

이학래 서울대 농생대 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