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窓―이상돈] 분열된 물에 다리를

입력 2009-03-17 21:31


1992년 제47차 유엔 총회는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했다.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 오염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매 3년마다 개최되는 세계물포럼이 지금 터키 이스탄불에서 '분열된 물에 다리를(Bridging over divided water)'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수자원의 확보는 절실해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 사업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2001년 기준으로 30억㎥의 수자원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상하수도, 지하수, 빗물, 하천, 심층수, 해수담수 등 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물 부족은 지구온난화현상과 맞물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대기 온도가 높아지면 수증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적도에서 섭씨 40도의 기온은 극지방의 영하 40도에 비해 470배의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세계 평균 강수량이 1%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여분의 강수량이 고루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뭄이 심각한 지역은 더 가물고, 어떤 곳은 예기치 않은 폭우가 내리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강수량이 늘고 있는데도, 정작 필요한 지역과 필요한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다.

호주의 대규모 산불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으로 오래 전부터 예견돼왔다. 최근 발생했던 빅토리아 지역의 산불은 불이 잘 붙는 유칼립투스의 건조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2007년 낸 보고서도 호주 남부에서 화재가 '더 자주' '더 광범위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호주의 산불 발생빈도가 1990년에 비해 2050년 최고 3배가 된다는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물 공급의 불균형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은 1970년대 1200㎜ 이하로 유지되던 것이 2000년 이후 1400㎜ 이상으로 늘어났고, 1500㎜가 넘는 해도 있었다.

더욱이 '여름 집중호우-겨울 가뭄'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특히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80년 만의 가뭄으로 요즘 전국의 저수지와 댐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또 내부적으로도 지방자치단체간, 물 이해당사자간 물 분쟁이 촉발되고 있다. 현재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물부족과 불규칙한 강수패턴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겨울가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저수지, 댐, 습지 등이 우리의 물 관리정책, 자연생태관리 등을 위협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의 물 관리는 허술하기만 하다. 유역의 가뭄, 홍수가 물 문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물 관리에 깊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물 관리 기본원칙과 지역주민,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된 유역관리위원회가 필요하며, 물 관리를 총체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국가차원의 조정기구가 필요하다. 물의 종합적인 관리를 다룰 물관리기본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기후변화에 의한 홍수와 가뭄, 수자원의 불균형 해소, 깨끗한 물 공급, 물고기와 식물이 숨 쉬는 강과 하천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4대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 티그리스강, 갠지스강, 황허 등은 원래 물이 풍부한 곳이었다. 이들 강이 최근 건조한 사막지역으로 변한 것은 치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물 관리에 달려있음을 방증하는 타산지석의 교훈이다.(이스탄불에서)

이상돈(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