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리막길일지라도 이미 주신 감사의 조건을 바라볼 때, 인생은 꿀(honey)이 됩니다.”
사고로 갑작스러운 전신마비 진단을 받고 이후의 시간을 감사로 채워온 박위와 그 곁에서 “하나님이 주신 마음에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신앙인의 태도”라고 말하는 송지은. 신앙과 사랑, 비전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온 크리스천 부부의 고백은 갓플렉스를 찾은 2000여명 청년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박위와 송지은 부부는 15일 광주월광교회(김요한 목사)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청년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진솔한 위로와 용기를 전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광주월광교회 청년 김겸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두 사람이 무대에 오르자 청년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박위는 “결혼은 정말 좋다”며 “1년 차 부부로서 사랑·연애·결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인사했다. 송지은도 “신앙 안에서 동생들을 만나는 느낌”이라며 “함께 좋은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올해 갓플렉스 주제인 ‘청년 사랑 비전’에 맞춰 현장 청년들이 실시간으로 질문을 보내고 부부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크린에 띄워진 오픈채팅방 QR코드를 통해 고민이 접수되자 곧바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첫 질문은 7년째 비신자 남자친구와 교제 중이라는 청년의 사연이었다. “신앙의 가정을 이루고 싶지만, 남자친구가 과거의 상처로 교회를 힘들어한다”는 고민에 박위는 “신앙을 함께 나누는 결혼의 기쁨이 큰 만큼 다른 신앙 배경을 가진 배우자와의 삶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느껴진다면, 한 영혼을 사랑으로 섬기기 위해 기도하며 가 보는 길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지은은 “이미 기도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귀하다”며 “‘감당할 힘을 주시고, 아니면 내려놓을 용기를 주소서’라는 기도처럼 하나님 앞에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고3 학생이 뇌병변장애와 우울증,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나이가 들수록 한계와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20대를 앞두고 하나님 안에서 멋지게 살고 싶지만 반복되는 좌절에 마음이 무너진다”고 고백했다. 박위는 “그 마음을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 역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지 11년이 됐다”며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병실에서 “더 내려갈 데가 없다고 느꼈다”는 그는 요한복음 9장 1~3절 말씀이 큰 위로였다고 했다. “‘그의 죄도 아니고 부모의 죄도 아니다.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려 함이라’는 말씀이 제 상황을 이해하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참가자들을 향해 “장애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고난은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그 고난이 자양분이 된다. 지금의 경험은 앞으로 누군가를 돕는 힘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개인의 비전과 부부의 비전을 어떻게 조화롭게 세워가느냐’는 질문에는 송지은이 답했다. 그는 “두 사람의 비전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며 “각자는 하나님이 지으신 고유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중간 지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대를 ‘하나님의 귀한 피조물’로 바라보는 태도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연자는 교회에서의 이별로 인한 공동체 갈등을 상담했다. “나를 교회로 인도한 남자친구와 이별했는데, 그가 새 연인을 교회에 데려오며 공동체가 불편해졌다”며 교회를 떠나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박위는 “형제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를 통해 하나님을 만난 사실은 긍정적으로 기억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송지은은 “잠시 공동체와 거리를 두고 시선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박위는 “교회 공동체에서의 연애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한 번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심스럽게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년들의 비전과 진로 고민에 대한 상담도 이어졌다. 한 고등학생은 “소방관을 꿈꾸며 2년간 준비해왔지만 인대 파열 부상 이후 꿈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질문했다. 이에 박위는 “저도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였다. 그러나 여러 과정을 거쳐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됐다”며 “지금의 부상으로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만약 부상으로 꿈을 내려놓아야 하더라도 그것을 좌절로 보지 말고, 하나님이 새로운 꿈으로 나아가게 하시는 기회로 보라”며 “벌어진 일을 받아들이고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찬양사역자를 꿈꾸지만 적합성을 고민하는 청년의 질문에 송지은은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에 소원을 두고 일하시는 분”이라며 “마음을 주셨다면 과정에 최선을 다해보고, 그 결과를 하나님께 올려드리면 된다”고 답했다. “해보니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나님이 주신 마음에 한 번은 발을 내딛어보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꿈이 있다면 먼저 최선을 다해보라”는 점을 공통으로 강조했다.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낙심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비전과 꿈을 붙잡아야 한다”며 “그 과정 자체가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삶이 된다”고 말했다. 또 “지금 낙담 가운데 있는 청년들도 자신의 삶이 버려진 것이 아님을 기억하길 바란다”며 “하나님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힘과 소망을 주시는 분”이라고 격려했다.
토크콘서트의 마지막 질문은 “인생이 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였다. 박위는 “퇴원 후 꿈속에서 휠체어를 탄 채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삶이 내리막길일지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건 마음가짐 때문”이라며 “전신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살지만 제 인생에는 이미 기적이 많다. 남과 비교해 부족한 것을 보는 대신 이미 주신 감사의 조건을 바라볼 때, ‘인생은 꿀’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송지은도 “옆에서 남편의 태도를 보며 많이 배운다”며 “삶의 순간마다 배우고 감사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그의 모습 덕분에 나 역시 내 삶에 주신 것들을 떠올리며 감사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광주=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