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성착취 폭로 여성, 극단 선택… 유족 “학대 피해 탓”

입력 2025-04-26 16:22
영국 앤드루 왕자(왼쪽)가 미성년자인 버지니아 주프레(가운데)와 함께 찍힌 사진. AFP연합뉴스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 사건을 고발했던 핵심 증인 버지니아 주프레(41)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AP통신은 26일 버지니아 주프레는 이날 호주 서부 퍼스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주프레의 사망과 관련해 의심스러운 지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프레는 할리우드 거물이자 억만장자인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 착취 사실을 공론화한 핵심 증인 중 한 명이다. 주프레는 2009년 엡스타인과 그의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을 각각 미성년자 성 착취 및 공모 혐의로 고소했다. 2015년에는 엡스타인의 여러 피해 여성 중 처음으로 언론에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피해 내용을 증언했다. 엡스타인은 2019년 해당 혐의로 수감 중에 숨진 채 발견됐다.

주프레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17세였던 2000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중 맥스웰로부터 엡스타인의 동행 안마사 자리를 제안받았다. 주프레는 안마사로 고용된 후 엡스타인과 멕스웰에 의해 영국 앤드루 왕자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앤드루 왕자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2022년 관련 소송 개시 전 주프레에게 거액을 지불하고 합의했다. 또 주프레가 설립한 성폭행 피해 여성 지원 단체에도 기부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주프레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고인은 평생을 성 착취 및 성매매와 맞서 싸운 치열한 전사였다”며 “결국 학대로 인한 피해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 견딜 수 없는 일이 됐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