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격’ 여파로 글로벌 증시 전반이 급락한 가운데 한국 증시는 다른 주요국 대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상호관세가 발표된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주요 20개국(G20) 24개 주요 주가지수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코스닥 지수는 1.57%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 2일 종가와 11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다.
수익률 1위는 4.3%를 기록한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다. 24개 지수 가운데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지수는 이 두 지수뿐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호관세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3일 0.20% 내린 뒤 다음 날 0.57% 올랐다.
이후 7일과 9일 각각 5.25%, 2.29% 내렸으나 상호관세가 유예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5.97% 급반등하고 11일에도 2.02% 올라 상호관세로 인한 낙폭을 만회했다.
코스피 수익률은 같은 기간 -2.92%로 5번째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양호한 성적을 냈다. 3위는 터키 BIST100(-1.94%), 4위는 호주 ALLORDS(-2.70%)였다.
코스닥과 코스피는 중국 심천종합지수(-6.59%), 상해종합지수(-3.34%)는 물론 일본 닛케이225지수(-5.99%)보다 수익률을 잘 방어했다.
이탈리아 FTSEMIB(-10.86%), 프랑스 CAC40(-9.32%), 유로스톡스50(-9.14%) 등 유럽 증시와 캐나다 S&P TSX(-9.06%), 미국 다우(-6.23%) 등 북미 증시의 수익률 악화가 두드러졌다.
국내 증시의 선방은 지난해 주가 부진으로 밸류에이션이 이미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종가 기준 코스피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9배로, 2008년 금융위기(0.81배)보다 낮았다.
지난해 주가 하락의 주된 이유였던 기업 실적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인식도 도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등의 수요가 관세 부과 이전으로 앞당겨지며 실적 기대감은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과의 협력 기대감이 있는 조선업종의 주가 급등도 지수 방어에 도움이 됐다. 코스닥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일부 제약·바이오주의 급등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외에도 그동안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정치 리스크가 정점을 지나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것도 지수 하방을 방어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나올 내수 촉진 정책이나 유동성 확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극도의 피로도에 노출된 금융시장 투심의 안정화가 관건”이라며 “방향성의 추세화를 예상하는 전략보다 리스크를 대비하고 기대수익률을 낮춰잡는, 짧으면서도 보수적인 전술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