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쵸비’ 정지훈은 미드라이너들의 선구자다. 그는 챔피언의 스킬 트리, 아이템 빌드, 룬 선택의 효율 싸움에서 늘 상대방보다 앞서나간다.
지난 6일 T1전에서 ‘페이커’ 이상혁과 아지르 대 아리 매치업으로 맞붙었던 그는 당시 치명적 속도 룬을 선택했다. 하지만 농심 레드포스 ‘피셔’ 이정태와 같은 매치업으로 맞붙은 11일에는 착취의 손아귀 룬을 골랐다. 왜 일주일 만에 변화를 줬을까. 농심전 직후 그를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농심까지 잡고 개막 3연승을 거뒀다.
“강한 팀들을 연이어 만나고 있다. 3연승을 해 안심이 된다. 첫 주 차 경기를 마친 이후 복기는 간단하게만 했다. 젠지의 인게임 플레이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픽과 조합을 신경 쓰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농심전에 맞춰 가장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농심은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가 가장 핵심인 팀이라고 생각했다. 손시우가 잘 다루는 챔피언을 안 내주려고 했다. ‘기인’ 김기인이 ‘킹겐’ 황성훈의 솔로 랭크 전적에 다이애나 플레이 기록이 있다고 했다. 다이애나는 맞딜에 강한 챔피언이어서 고를 수도 있겠다고 봤다. 하지만 우리 조합도 다이애나 상대로 내성이 강하다고 생각해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T1전에선 아리 상대로 치속 아지르를 했는데 이날은 착취를 선택했다.
“T1전에서 아지르를 하면서 아리를 상대로 치속과 내셔로 얻는 이점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요즘 리안드리의 효율이 좋다. 아지르가 프리딜을 하는 그림이 잘 안 그려져서 굳이 치속과 내셔까지 필요 없겠다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유튜브에서 아지르 장인이 착취·리안드리·균열 아지르를 플레이하는 영상을 보고 참고했다.”
-룬뿐 아니라 균열과 헤르메스까지, 아이템도 ‘몸짱 아지르’ 빌드로 구성했다.
“체력 아이템을 올려도 무시할 만한 대미지가 아니다. 그런데 물어서 잡기도 힘들다. 상대한테 골칫거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순수 딜템인 루덴, 횃불, 악의의 대미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메이지들이 1코어 때 딜이 안 나온다. 체력 옵션이 달린 아이템들을 사도 대미지는 딜템을 산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메이지로 체력 아이템을 사면 딜이 부족한 것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1코어로 로아(영겁)나 루덴이나 딜 차이가 크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딜각을 못 봐서 딜이 충분히 안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올 시즌 암흑의 인장을 자주 사고 있다. 아이템의 효율을 높게 보나.
“(사고 싶은 아이템의) 골드에 맞춰서 집타임을 잡는 게 아니라 귀환할 때 들고 있는 골드를 활용해 어떻게 아이템을 살 것인지를 고민한다. 애매할 때는 인장이 효율이 좋아서 자주 사고 있다. 350골드 없다고 큰일 안 난다. 그런데 인장이 있으면 챔피언 체급이 준수하게 오른다. 850골드가 있으면 방출의 마법봉이 좋지만, 웬만해선 모으기가 어렵다. 그리고 850골드를 모으더라도 제어 와드와 충전형 물약, 인장을 사는 게 나을 때도 있다.”
-2세트 때 빅토르의 마법공학 광선(E)을 사거리 끝에서 맞혀 킬을 만들어냈다.
“레이저 시작 지점에서 상대를 맞히나 끝 지점에서 맞히나 킬각은 똑같다. 레이저의 최대사거리를 활용하는 게 ‘빅토르 E 잘 쓴다’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빅토르 성능이 안 좋다는 인식이 있는데 나는 2코어 타이밍부터 정말 강력해진다고 생각한다. 빅토르 플레이어의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면 고점이 아주 높은 챔피언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