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해임됐다. AI 책임성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축출 사유로 알려졌다.
오픈AI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사회는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수 있는지 그 능력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사회는 올트먼이 지속해서 소통에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올트먼의 해임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그와 함께 회사를 공동 창업한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가 올트먼 퇴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과 함께 해임된 그레그 브룩먼 회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전날(16일) 밤 일리야로부터 금요일 정오에 이야기하자는 문자를 받았다. 올트먼이 다음날 구글 미트(구글 화상 플랫폼)에 참여하자 일리야는 ‘해고될 것이고 뉴스가 곧 나간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회의에는 브룩먼을 제외한 이사회 전원이 참석했다고 한다. 올트먼은 화상회의에서 통보받기 전까지 자신이 해임될 것을 알지 못해 지난 16일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도 참가했다.
오픈AI 지분 49%를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뉴스가 나오기 불과 1분 전 올트먼 해임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올트먼은 해고통보와 관련해 “여러모로 이상한 경험을 했다.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당신에 대한 추도사를 읽는 것과 비슷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픈AI에서 보낸 시간이 정말 좋았다.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고, 무엇보다도 재능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음 계획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말하겠다”고 적었다.
올트먼 해고 사유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AI 책임성과 사업 확정 등에 대한 이사회 내부 갈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수츠케버는 올트먼 축출을 반대한 직원들에게 “인류에게 유익한 AI를 만든다는 오픈AI 사명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올트먼이 과도하게 수익성을 추구한 게 불씨였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올트먼 축출은 수익을 추구하고 오픈AI를 글로벌 소비자 비즈니스로 구축하려는 그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며 “올트먼이 창립 원칙을 포기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오픈AI는 2015년 인류에게 도움이 될 ‘디지털 지능’ 개발을 목표로 비영리 단체로 시작했다. 2019년 이윤을 창출하는 영리 기업이 됐지만 이사회는 대부분 회사 지분이 없는 AI 전문가들로 구성됐고, ‘광범위하게 유익한, 안전한 AI’를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부여돼 있다.
블룸버그는 AI 안전성이나 기술 개발 속도, 사업화 등 문제로 이사회와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수츠케버는 지난 7월 ‘초지능’ AI 시스템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팀을 구성했는데, 두 달 만에 그의 책임 범위가 축소되자 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올트먼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AI용 반도체 칩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중동 국부펀드에서 수백억 달러 조달을 모색해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올트먼의 대응도 주목된다. 오픈AI 최대 주주인 MS와 스라이브 캐피털은 올트먼을 다시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올트먼은 복귀 조건으로 이사회 교체를 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올트먼이 투자자들에게 브록먼과 함께 새로 AI 스타트업을 창업할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트먼은 지난해 말 챗GPT를 출시하며 전 세계에 생성형 AI의 열풍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된다. 챗GPT 인기로 오픈AI 기업가치는 860억 달러(111조5000억 원)까지 뛰었다.
오픈AI는 35세의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시 CEO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라티는 테슬라에서 근무하며 모델X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2018년 응용AI·파트너십 부문 부사장으로 오픈AI에 합류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