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대남 현상’을 다룬 기사가 미국 언론에 실렸다.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23일(현지시간) ‘왜 많은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싫어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어 한국 젊은 남성의 보수화 현상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주장’(Argument)으로 분류된 일종의 칼럼으로 현안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을 전한다. 필자는 변호사이자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 소속인 나단 박(Nathan Park)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기사는 “많은 국가에서 젊은 유권자들은 진보적(Liberal)이라고 추정된다”며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젊은 남성 유권자들은 급격히 우경화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런 현상의 원인은 능력주의에 대한 숭배와 여성 혐오라고 했다. 기사는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한국 청년들은 악명 높은 학원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시험을 치르거나 준비하는 데 보낸 세대”라며 “그 결과, 젊은 한국인들은 이러한 시험의 논리를 내면화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청년들이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건 이들의 삶이 수험의 연속이었던 탓이란 얘기다.
기사는 또 “한국 20대 남성의 또 다른 특징은 공격적인 여성 혐오”라고 꼬집었다. 다만 기사는 “이 세대의 성차별은 마초주의와 엄격한 성역할을 특징으로하는 아버지 세대의 전통적 성차별과는 다른 성격을 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중장년층은 자신을 여성을 감독하는 가부장으로 본다면, 한국의 젊은 남성은 스스로를 페미니즘의 희생자로 본다”는 것이다.
문제는 능력주의와 여성혐오가 상호작용하며 여성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사는 “한국의 젊은 남성은 또래 여성이 능력주의를 해친다고 본다. 이미 (양성 간) 평등이 달성됐는데도 젊은 여성은 우대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20대 남성의 능력주의 숭배와 여성 혐오의 상호 작용은 성별 (정치 성향) 격차와 청년 보수화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젊은 남성의 이런 분노는 ‘이준석 현상’으로 이어지는 등 정치적 세력화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는 “(젊은 세대에는) 이제 정치적 챔피언이 있다”며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 사실을 소개했다. 기사는 이 대표 당선이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그의 세계관은 또래 남성들과 날카롭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사는 한국 여성들이 여전히 차별에 노출돼있다며 여성에 대한 분노를 원천으로 삼는 ‘이준석 현상’이 우려된다고 했다. 기사는 “한국의 보수당은 이 대표를 이례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불만의 정치’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이는 한국 정치의 미래에 불길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