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인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 내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의약품 유통을 플랫폼 사업자에 넘겨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공재 성격의 의약품 유통을 플랫폼이 쥐게 될 경우 해당 플랫폼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약국을 우선 노출해주는 식의 ‘신종 리베이트’가 성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사업을 유지하려는 것은 국민 건강이나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플랫폼에 문을 열어주면 현재 금지된 의사나 약사에게도 도매상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단체들도 닥터나우 방지법의 빠른 통과를 촉구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까지 장악하면 환자 안전과 선택권이 훼손될 뿐 아니라 의료상업화가 가속화돼 국민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닥터나우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법안 찬성 측은) 소비자에게 약의 주권을 돌려줘야 한다는데, 그러려면 소비자가 약을 선택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놔두는 게 맞다”며 “앞뒤가 다른 주장”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장파 여야 의원들도 법안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미 활성화된 플랫폼 사업을 사후 규제해 소비자의 편의를 막는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는 이유다. 민주당 산자위 소속 김한규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가 법률로 스타트업의 신규 사업을 금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신규 사업 모델을 원천적으로 불법화하는 것보다 스타트업계의 혁신을 지원하는 방식의 입법이 옳다는 취지다.
김 의원의 지적에 여야 의원들이 합세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려만으로 현재 합법인 사업 모델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타다 사태 후 민주당이 여러 번 반성과 후회를 반복했다”고 썼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닥터나우 방지법은) 산업의 혁신을 만들어 갈 스타트업들에게 포기를 종용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전용기 민주당,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취지로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각각 지난 10월과 지난달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고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공방이 격해지자 의견 조율에 나섰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복지위 의원,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중재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