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에 조리사 출근했는데 아이들은 외부 도시락?… 제주교육청에 무슨 일이

입력 2025-12-14 14:24 수정 2025-12-14 15:33
제주도교육청이 급식 조리종사자 상시 근로 전환을 보름 앞두고, 방학 중 급식 업무에 대해 구체적인 복무 기준을 정하지 않아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 오른쪽은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도교육청 청사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제주도교육청 제공.

제주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도내 모든 학교 급식 조리종사자를 연중 상시근로자로 전환했지만, 방학 기간 업무 범위를 노조와 합의하지 못한 채 시행을 앞두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조리종사자는 출근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외부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도교육청은 학기 중 9개월만 근무하며 방학 기간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조리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상시근로 전환을 추진해왔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지난해 1월 조리종사자 산업안전보건교육 인사말에서 이를 처음 언급했고, 같은 해 6월 민주노총 산하 양 노조에 시행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전국 최초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둔 현재까지 방학 기간 조리종사자의 업무 범위에 대한 노조와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 11일 도내 전체 학교에 ‘교육공무직 학교급식종사자의 상시근로 전환’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2026년 1월 1일부터 상시근로를 적용한다는 내용과 함께 운영 계획이 첨부됐지만, 방학 중에는 출근은 하되 개별 연수나 휴가 참여를 기본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안내했다.

그러면서 방학 중 급식 실시 여부는 학교장이 결정하도록 책임을 미뤘다.

공문 발송 이후 도교육청에는 일선 학교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방학 중 급식을 운영하고 싶지만 노조와의 합의 상황이 불투명해 실제 시행이 가능한지 묻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도시락만으로 식사량이 부족한 남고를 중심으로 그 외 학교에서도 급식을 희망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와 교육청 간 방학 업무 범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방학 급식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도교육청과 노조는 지난해 6~8월 다섯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이후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기존에 해오던 병설유치원·특수학교 방학 급식에 더해 초등학교 돌봄 급식까지는 가능하다 입장이고, 도교육청은 지난해 8월 이후 협상 테이블을 만들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4일 “내달부터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도교육청은 학교장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교육계에서는 “급여를 받고 출근하면서 업무를 가려하겠다는 노조 입장도 납득이 안 되지만, 민원 수용에만 집중해 현장 운영 계획은 뒷전인 교육감도 이해할 수 없다. 선거를 의식한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조리종사자가 급식실에 출근해 있음에도 돌봄교실이나 보충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기존처럼 외부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근로자는 있는데 급식은 못 하는 상황을 학부모들이 알게 되면 항의가 클 것”이라며 “이번 방학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현재 급식 조리종사자를 대상으로 방학 중 근무 희망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희망자에 대한 근로계약 변경을 진행할 예정이다.

도내 전체 조리종사자는 공립학교 904명을 포함해 국·사립까지 총 1000여명으로 파악된다. 이 중 80% 이상이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