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악재 쌓이는 트럼프의 ‘외국 때리기’…고립주의 경향 강화

입력 2025-12-14 12: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가 상승과 연이은 선거 패배 등 내부의 정치적 환경이 악화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성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정치에서 지지율 추락 등으로 활로를 찾지 못하자 ‘외부의 적’을 부각하며 고립주의적 행보를 이어간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외에서 잇따르는 도전 속에서 미국의 문제를 외부 세력 탓으로 돌리고 이들의 영향이 미국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 19개국에 대한 이민 신청 중단을 30개국 이상으로 확대한 사례를 들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은 이를 설명하며 “우리나라를 살인자와 기생충, 복지에만 기대는 자들로 넘쳐나게 만든 빌어먹을 모든 나라를 전부 포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세관국경보호청(CBP)도 지난 10일 미국에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로 입국하려면 지난 5년간의 소셜미디어 사용 내역을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안을 관보에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에는 “한 나라가 어떤 사람을, 어느 정도 수로, 어디에서 받아들이느냐는 그 나라의 미래를 필연적으로 결정짓게 된다”고 주장이 담기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주변에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의 어조는 점차 거칠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소말리아인 이민자들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한편, 소말리아 출신의 일한 오마르 연방 하원의원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오마르 의원에 대해 “그녀가 하원의원으로 있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쫓겨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9일 연설에서는 “왜 우리가 쓰레기 같은 나라 사람들만 받아들이고 있나”라며 “노르웨이나 스웨덴, 덴마크 사람 몇 명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나”라고 말해 인종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트럼프는 국내정치에서는 악재가 쌓이고 있다. 지난 11일 인디애나주 상원은 공화당에 유리한 연방 하원 선거구 조정안을 부결시켰다. 트럼프가 요구해온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에 유리한 임의적 선거구 조정)이 공화당 내 반란표로 무산된 것이다.

지난 9일 실시된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후보를 19%포인트 차로 완파하며 약 30년 만에 민주당 후보가 시장직을 탈환했다. 지난달 뉴욕시장 선거와 뉴저지,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 이어 주요 선거 때마다 연전연패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AP통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1%로 지난 3월 당시 40%에서 9%포인트 급락했다 이민 정책 지지율도 49%에서 38%로 추락했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 보조금 연장법안도 부결되면서 당장 내년부터 미국인 약 2000만명의 의료비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를 비난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며 방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레임덕 상태는 그의 국내 정책 전반에 드러나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세대 간 경제적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오바마케어 종료는 그에게 또 다른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칼럼에서 “트럼프는 그의 감각을 잃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집권 11개월째를 마무리할 즈음에 그는 여론 변화, 여러 도전, 불길한 징후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