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회장 송은섭)가 한국교회 위기 극복을 위해 출석자 수 증가보다 바른 기독교인 양육을 우선해야 한다는 근본적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공격적 전도 방식을 지양하고 변화된 삶을 통한 ‘관계 전도로 전환하며 수적 성장보다 성숙한 교회 건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5가지 실천 대안을 제시했다.
학회는 13일 경기도 광명 대원교회(김영민 목사)에서 제132차 정기학술대회(사진)를 열고 한국교회 신뢰도가 21.0%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진단했다. 은퇴기념 주제발표를 맡은 김승호 한국성서대 박사는 ‘세속화 현상과 한국교회의 위기’를 주제로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 해법을 제안했다.
김 박사는 먼저 교회의 세속화 경계를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믿을 자유’와 ‘믿지 않을 자유’를 보장하지만 실제로는 무신론 교육을 전제로 점진적으로 종교를 약화한다”며 “현대 다원주의 사회도 비슷하게 종교를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치부하며 공적 영향력을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도 다원주의 실용주의 물질만능주의 같은 세속화 물결에 직면해 있다”며 “교회가 이러한 시대정신을 흡수하면 본연의 사명과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초대교회의 세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그는 “말씀과 선교, 윤리적 삶을 강조하는 게 핵심”이라며 “교회가 사명과 거룩함 순결함을 잃어버리면 세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과제로 신앙과 삶의 일치를 제안했다. 김 박사는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목회자와 성도의 삶이 먼저 변해야 한다”며 “목회자가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삶과 메시지가 일치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교회가 출석자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바른 기독교인을 양육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비성경적 실용주의를 경계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수적 성장을 추구하며 충분한 성경적 고찰 없이 세상적 프로그램을 도입해왔다”며 “현시점에서는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에 초점을 두고 성숙한 교회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전도방식의 혁신도 제시했다. 김 박사는 “공격적인 전도 방식은 비신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길거리 전도, 인쇄물 배포 같은 과거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관계 전도를 강조했다.
김 박사는 “미국교회성장연구소 조사 결과, 75~90%가 ‘친척이나 지인의 인도’로 교회에 왔다”며 “반면 목회자는 5~6%, 전도 집회는 0.5%, 교회 프로그램은 2~3%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복음 전도자의 삶은 실제여야 하며 진실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변화된 삶을 사는 자, 진정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사는 자가 전하는 메시지에는 반드시 귀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와의 소통을 제안하면서 “정의 실현, 남북문제, 인권, 환경문제 등 보편적 과제에서 다른 종교와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 발표에서 안성호 미국 고든콘웰신학대학원 박사는 “성경 자체가 다민족 신학의 원천”이라며 “아브라함 공동체부터 초대교회까지 성경 전체가 다민족·디아스포라 구속사”라고 발표했다.
박만준 한동대 박사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종교이론에서 본 중국대륙 종교문제의 국가적 특징연구’를 발표했다. 박 박사는 소련연방과 중국의 종교정책을 비교 분석하며, 중국이 ‘독립반교(독립자주자판교회)’ 원칙을 통해 외세의 종교 개입을 차단하고 삼자애국운동위원회 등 중국 특색의 종교 관리 체계를 구축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진핑 정권의 ‘종교 중국화 공정’이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종교문제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올해 사업보고와 재정보고가 진행됐다. 학회는 “올해 동안 총 5차례의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학술지 ‘복음과 선교’ 4권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새 임원진도 선출됐다. 회장에 윤승범 성결대 박사, 부회장에 황기 세종 베다니 지구촌교회 박사, 총무에 권효상 고려신학대학원 박사가 선임됐다. 협동총무 유경하 총신대학원 박사, 서기 전진 침례신학대 박사, 재무 임동현 광명아델포이교회 박사도 함께 선출됐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