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앞둔 12일 저녁, 경기도 평택 길가 바로 옆 교회에서 첼로 선율이 울려 퍼졌다. 곡은 영화 미션의 삽입곡 ‘넬라 판타지아’. 영화 주인공인 선교사가 자신을 공격하는 원주민들 앞에서 오보에로 연주한 곡이다.
첼로 연주자 배유미씨는 연주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선교사를 공격하려던 원주민들이 이 노래를 듣고 감동받아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습니다. 이들 마음이 하나로 연결된 거죠. 영화 속 장면처럼 이 노래를 듣는 우리들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사역은 경기도 길위의교회(정용준 목사)가 마련한 ‘길 위의 크리스마스, 공명(共鳴)’이다. 정용준 목사는 “교회는 ‘교회 내적 사역 중심의 성탄’에서 ‘사람이 있는 자리로 이동하는 성탄’을 선택했다”며 “같은 도시에 살지만 성탄절에 누구도 찾아오지 않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이웃을 찾아가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교회가 이 사역을 시작한 지도 8년째다. 사역의 출발점은 “예수님이 오신다면 가장 먼저 누구를 찾아갈까.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실까”라는 물음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현장 실천이 ‘함께 울다’라는 뜻의 공명이 됐다.
현장에는 다양한 이들이 함께했다. 인근 미군 부대에서 온 주한미군 장병과 교회의 야학인 길위의야학 학생, 자원봉사자는 이날 참여한 60여 가구 이웃을 위한 선물을 포장했다. 며칠 전 제대한 안치성(23)씨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안씨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어르신들께 직접 선물을 전달하고 봉사하며 교회와 학생들에게 많은 애정이 생겼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은 이 행사에 6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당시 미국 군목이었던 조의석 목사가 조직한 ‘굿 네이버스’ 모임이 교회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연결됐다. 한국군 지원단 카투사가 이 교회 야학 학생들의 선생님이 돼 주며 야학 아이들도 자연스러운 봉사 주체가 됐다.
3-2비행대 군목 조나단 여 목사는 20여명의 미군과 함께 이날 봉사에 참여했다. 여 목사는 “우리가 이웃에게 무언가 해준다는 생각보다 함께 있다는 것이 의미있음을 장병들에게 강조했다”며 “고향을 떠나 홀로 한국에 온 미군 장병들 역시 이곳에서 봉사하며 성탄절을 누군가와 같이 기억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 없이 홀로 지내고 있는 장연순(87)씨는 암 투병과 심장 수술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 그런 그가 이 행사는 5년째 빠지지 않고 출석하고 있다. 장씨는 “선물보다 더 감사한 것은 우리를 기억해주고 보살펴주는 마음”이라며 “교회의 관심과 사랑으로 춥고 어려운 시간을 버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항상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평택=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