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한 박스에 담긴 예수님 온기와 사랑, 이룸교회의 아름다운 섬김

입력 2025-12-13 17:55 수정 2025-12-13 17:59
이룸교회 교인들이 13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교회 식당에서 김장 김치를 담그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최재영(가명·69)씨는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말이 어눌해졌고, 시각도 대부분 잃었다. 기초생활보장수급비와 노령연금 등에 의지해 홀로 생활 중이다. 그런 최씨 집에 13일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인근 이룸교회(배성식 목사) 교인인 이동욱(60) 장로와 문혜선(56) 권사이다. 이들 부부 손엔 교인들과 함께 정성껏 담근 김치 한 상자가 들려있었다. 이 장로 부부는 김치를 건네며 “복된 성탄절 맞으시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란다”며 격려 인사했다. 최씨 곁에 있던 요양보호사는 “자녀들도 제각기 살기 바쁘니 자주 왕래하지 못해 대부분 시간을 홀로 지낸다”며 “교회 분들은 약소하다고 하시지만, 큰 힘이 되고 감사하다”라며 말이 어눌한 최씨를 대신해 말했다.

이룸교회가 연말과 성탄절을 앞둔 이날 최씨처럼 겨울나기가 힘든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장애인을 위해 김장 김치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용인시수지장애인복지관과 함께 교회에서 진행한 행사에 70여명의 교인이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섰다. 이들은 고무장갑과 앞치마, 위생 모자 등을 갖춰 입고 김치를 직접 담갔다. 예닐곱 명씩 한 조로 뭉쳐 배추에 김치 양념을 버무렸다. 담당 목회자가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속전속결로 뚝딱 김치가 만들어졌다. 비닐에 싸인 김치는 차곡차곡 흰 스티로폼 상자에 담겼다.

배성식 목사는 “교회를 이 땅에 세우신 하나님의 목적이 주변의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시기 위함인데 그 일에 나서지 않으면 그저 종교인에 불과하지 않은가”라며 “하나님의 역사는 작은 것을 나누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만큼 하나님 나라에 갈 때까지 주변에 예수 사랑을 실천하는 이룸교회 교인들이 됐으면 한다”고 권면의 말을 전했다.

배성식(앞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 목사와 김현태(여섯 번째) 용인시수지장애인복지관장이 이날 교인들과 함께 담근 김치 상자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설미영(55) 권사는 딸과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봉사에 참여했다. 설 권사는 “보람은 물론이고, 점점 김장할 기회가 없어지는 데 이 기회에 딸에게 다 같이 김치를 담그는 전통문화도 알려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옆에 있던 딸 최윤서(23)씨도 “그동안 교회 봉사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는데, 연말에 교인들과 함께 모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두 모녀는 이어 “예수님께 받은 사랑과 은혜를 주변 이웃에 흘려보내는 축복의 통로로 쓰임 받음에 감사하다”며 “추위가 점점 심해지며 자칫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 수 있는 시기인데, 소외된 이웃들이 오늘 같은 주변의 도움에 힘을 얻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복한 연말을 보내셨으면 한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김현태 용인시수지장애인복지관장은 “김치가 흔한 반찬처럼 보이지만, 별다른 반찬 없이 김치와 밥으로만 끼니를 때우는 이들도 많다”며 “소외된 이웃에 소중한 반찬을 직접 만들어주시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심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김장 김치 나눔 행사 모습.

교인들은 이후 포장된 김치를 챙겨 들고 각각 나뉘어 용인시수지장애인복지관이 관리하는 70여 가정에 직접 전달했다. 모두 1.5t 분량이다. 배달을 마친 문 권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서로 도우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했을 뿐”이라며 “김치를 받으신 이들이 조금이나마 하나님 사랑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장로도 “담임목사님께서 늘 교회만 다니는 게 다가 아니라 예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권면하셨기에 그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다”며 “아내와 함께 봉사할 수 있어서 좋았던 만큼 앞으로도 더 열심히 예수께 받은 사랑을 실천해 나가려 한다”고 거들었다.

용인=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