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태국·캄보디아, 평화 협정 복귀하기로 합의”

입력 2025-12-13 11:35
지난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서명식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아누틴 찬위라꾼(왼쪽) 태국 총리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가 서명 문서를 들고 악수하고 있다. 7월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분쟁에서 중재역을 자처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회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여 조건으로 자신이 평화협정식을 주재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다시 무력 충돌한 태국과 캄보디아가 또 한 번 자신의 중재로 교전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태국과 캄보디아는 아직 교전 중단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오늘 아침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전화 통화로) 대화를 나눴다”며 “양국은 오늘 저녁부터 모든 교전을 중단하고 원래의 평화 협정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고 썼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지난 7월 무력 충돌 후 휴전협정을 맺었지만, 최근 다시 국경 지역에서 일주일 가까이 교전을 벌이고 있다. 태국에서는 군인 9명과 민간인 3명이 숨졌고 120명 넘게 다쳤으며, 캄보디아에서는 민간인 11명이 사망하고 74명이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 사이에 대규모 전쟁으로 번질 수 있었던 사태를 해결하는 데 내가 협력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누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취재진에 “잘 진행됐다”면서도 캄보디아와 교전을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에게 캄보디아에 적대 행위 중단, 군대 철수, 지뢰 제거를 촉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그는 “‘우리는 침략자가 아니라 보복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단순히 휴전만 선언하지 말고 그들(캄보디아)이 먼저 우리(태국)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태국의 무역 협상 진행 상황을 묻긴 했지만, 이를 토대로 휴전을 압박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정부는 훈 마네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교전 중단 발표 이후 캄보디아 국방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도) 태국군이 F-16 전투기 2대를 동원해 여러 목표물에 폭탄 7발을 투하했다. 태국 군용기는 아직도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처음 측량한 817㎞ 길이의 국경선 가운데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소규모 교전을 벌인 양국은 7월에 닷새 동안 무력 충돌을 했고 당시 양측에서 48명이 숨지고 3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지난달 10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태국 군인이 다치자 태국 정부는 휴전협정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틀 뒤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캄보디아 민간인 1명이 숨졌다. 이달 들어서도 양국은 지난 7일부터 교전을 재개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