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권혁, 체납액 3938억원 고액체납자 1위…쌍방울 김성태도 명단에

입력 2025-12-12 18:31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23년 1월 태국 도피생활 중 체포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른바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포함됐다. 특히 권 회장은 개인 체납액이 4000억원에 육박해 이번 공개 대상 가운데 개인 기준 최고액 체납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세청은 12일 2025년 고액·상습체납자 개인 6848명, 법인 4161개 명단을 발표했다. 체납액 규모는 7조371억원에 달하며, 지난해보다 공개 인원이 1343명, 체납액은 8475억원 늘어났다. 이번 명단 공개는 체납 발생 후 1년 이상 경과하고, 체납액이 2억원을 넘는 고액·상습 체납자에 한해 이뤄졌다.

개인 상위 10위 명단에는 김성태 전 회장과 권혁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김 전 회장은 증여세를 비롯한 5개 세목에서 165억원을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은 과거 쌍방울그룹을 이끌며 각종 사법 리스크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대표적으로 800만 달러 대북송금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려는 검찰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권 회장은 이번 명단 공개에서 3938억원을 체납해 개인 체납액 1위를 차지했다. 법인 최고액 체납자 역시 권 회장의 제2차 납세의무자인 시도탱커홀딩(1537억원)이었다.

국세청은 명단 공개와 별도로 “재산 은닉 혐의가 짙은 체납자에 대해서는 실거주지 수색, 사해행위 취소 소송, 체납처분면탈범 고발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며 “일부 악의적 체납자에 대해서는 감치 절차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날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24곳, 조세포탈범 50명,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4명,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자 22명의 인적사항도 공개했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는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발급받았거나, 출연자 등을 임직원으로 고용해 상증세법 위반으로 1000만원 이상을 추징당한 경우다.

거짓 영수증 최다 발급 단체는 어울림교회로 총 309회에 걸쳐 22억4047만원을 허위 발급했다. 추징 세액 최고액은 학교법인 동원교육학원의 1억6504만원이었다. 공익사업 유형별로는 종교단체가 16개(67%)로 가장 많았다. 실제 기부금은 수백만원뿐이지만 영수증 발급 액수는 억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세포탈범 명단은 50명이 공개됐고 포탈 세액 총액은 1992억원이었다. 유명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범구씨의 포탈 세액이 가장 컸다. 수입 신고를 누락하고 장부를 파기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 등 537억원을 포탈해 징역 8년에 벌금 544억원을 선고받았다. 클럽 아레나는 2019년 ‘버닝썬’ 사태 때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성 접대를 제공한 곳으로 지목돼 수사받은 곳이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