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헤어진대, 내가 잘못해서”
법원의 자녀양육안내 교육을 위해 제작된 재연 동영상 속에서 이혼 절차를 겪는 부모를 지켜보던 6살 지민(가명)이가 하는 말이다. 자신의 양육이나 돌봄 등을 두고 갈등하는 부모를 지켜보는 지민이의 불안은 이혼 절차를 진행 중인 대부분 부부의 미성년 자녀가 겪게 되는 문제다. 영상 속 10살 승민(가명)이는 “내가 착하게 지내면 엄마, 아빠도 잘 지내지 않을까”라고 고민하고, 중학교 2학년 강이(가명)는 “말해도 안 들어줄 것 같다”며 함께 살지 않는 아빠를 보고싶은 마음을 숨긴다. 아이들은 멀어진 부모의 사이를 되돌리려고 애쓰거나 단절된 관계에 낙담했다. 법원이 이혼 절차를 진행하는 부부에게 자녀양육안내 교육을 진행하는 이유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회의실에서 자녀양육안내 동영상 등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날 대법원은 13년 만에 새로 제작된 교육 영상 3개와 교육자료 등을 처음 공개했다. 자녀양육안내 제도개선TF의 위원장을 맡은 장진영 수원지법·수원가정법원 여주지원장은 “2012년에 부모 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활용해왔지만 10여년이 지나 요즘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시대상을 반영하고 전국 법원의 절차 통일성 등을 마련하기 위해 TF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교육자료의 표어는 ‘따로 그리고 함께, 우리는 부모입니다’였다. 해당 표어는 빈태욱 청주지법 부장판사가 작성한 것으로 법원 내 공모 절차를 통해 선정됐다. 빈 부장판사는 “부부는 헤어지지만 부모임에는 변함이 없고 자녀의 성장과 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개회사에서 표어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혼이라는 사건을 통해 아이를 중심으로 더 부모로서 완전해지려는 노력 속에서 더 완전한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가정법원 일선에서 위기의 가정을 화목하고 평화로운 가족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판사들과 조사관, 법원 구성원의 마음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원형 서울가정법원장은 “새 동영상은 자녀의 시선에서 바라본 부모의 이혼을 이야기함으로써 부모의 협조와 상대방에 대한 부모로서의 자리 허용을 통해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성장 단계에 따라 6살과 10살, 14살의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겪게 되는 상황을 재연한 30분의 동영상 1개와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된 이혼 절차 안내 동영상 2개가 상영됐다. 재연 동영상에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던 부모는 법원의 자녀양육안내 교육을 통해 ‘이혼할 때 우리만 힘든 게 아니라 우리만큼 아이들도 힘들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달라진 부모를 보며 강이는 “엄마와 아빠,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혼이란 오르막을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오르막을 넘으면 천천히 걷고 쉬어갈 수 있는 길도 나오겠지”라고 말했다. 영상은 “이혼하더라도 여전히 사랑하고 아껴주는 부모가 곁에 있음을 자녀에게 알려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끝을 맺는다.
자녀양육안내 교육 동영상은 전국 모든 법원에서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가 이혼 절차를 진행할 때 사용될 계획이다. 대법원은 2012년 가사재판·가사조정 및 협의이혼 의사 확인 절차에서의 자녀양육안내 실시에 관한 지침 등을 통해 협의 이혼을 할 때도 자녀양육안내 교육을 이수하도록 절차를 의무화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한 교육 자료를 전국 법원에 배포해 전국 모든 법원에서 균질하공 일관된 자녀양육안내를 제공하겠다”며 “이혼 가정 미성년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정서적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