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는 윤영호…“일면식 없고, 금품 전달 말 안 돼”

입력 2025-12-12 17:23 수정 2025-12-12 17:37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뉴시스

지난 8월 특검 조사 당시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도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1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재판에서는 이와 배치되는 증언을 내놓았다. 윤 전 본부장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인데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저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직접 전달했다는 기존 입장도 뒤집고 “‘배달사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권 의원 측이 “증인과 피고인(권성동) 사이에 돈을 주고받을 만한 신뢰관계가 있었냐”고 묻자 윤 전 본부장은 “에둘러서 말하겠다”며 운을 뗐다. 그는 “제가 지금 여러 오해들을 받고 있고 지금 뉴스에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제가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전달한다, 이런 게 말이 안 되지 않냐. 상식적으로 일면식이 없는데”라고 답했다.

권 의원 측이 “증인이 특검에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기억하는 것처럼 진술한 적이 있냐”고 묻자 윤 전 본부장은 “그런 부분도 있었다”며 “지금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제 의도하고 전혀 (다르다.) 저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에게 자금 1억원을 직접 전달했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는 진술도 내놨다. 특검 측이 “1억원 전달 사실을 부인하시는 취지로 들린다”라고 지적하자 윤 전 본부장은 “누가 직접 주냐. (조사 당시) ‘배달사고’라고 답했는데 조서에 담기지 않았다. 조서를 두고도 할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수사와 자신의 재판에서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지시를 받아 1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특검 측은 바로 ‘배달사고’ 가능성은 특검 측에서 먼저 언급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특검 측은 윤 전 본부장에 대한 1회 피의자 신문 조서를 제시하며 “(조서를 보면) 검사가 배달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 아니냐라고 물으니 증인이 ‘저도 배달사고 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1억원 확실히 전달됐는지 확인 문자까지 했다’고 답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본부장은 재차 “그 배달사고가 아니지 않냐. 검사님이 더 잘 아실 거다”라고 맞받았다. 특검 측이 다시 “그렇다면 말씀해달라”고 말하자, 윤 전 본부장은 증언을 거부했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에 재판부가 그를 다시 증인으로 소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판부는 이모 전 세계본부 재정국장의 증인신문을 마친 뒤 윤 전 본부장을 다시 부르려 했으나 윤 전 본부장이 이미 구치소로 귀가해 무산됐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