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표도서관 붕괴…구조물 안정화에 실종자 수색 이틀째 난항

입력 2025-12-12 15:03 수정 2025-12-12 15:44
12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구조물 안정화 작업을 위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대표도서관 공사현장 붕괴 사고로 매몰된 작업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붕괴 잔해와 콘크리트, 철근 등이 뒤엉킨 현장 여건 탓에 2차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구조물 안정화가 우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여러 층에 걸쳐 연쇄 붕괴가 일어난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철골 접합의 부실과 무리한 공기 단축의 가능성을 거론한다. 붕괴 구조물 단면이 매끈하게 끊어진 점은 이러한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시공사가 콘크리트 타설 이후에야 동바리(지지대)를 설치할 계획이었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관리 부실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12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작업자 2명은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지하 2층에 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구조물 절단과 해체 작업을 병행하며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안균재 광주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하 1층과 지상 1층 콘크리트 구조물, 각종 기자재가 붕괴 잔해와 뒤엉켜 있어 절단 작업을 하며 접근하고 있다”며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얼어 구조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와이어 보강 작업을 진행 중이며, 크레인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철골 구조물의 안정화 작업을 마친 뒤 중장비를 투입해 구조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구조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매몰자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선 “경과 시간과 기상 여건, 현장 상황을 종합하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며 “구조견을 통한 생존 반응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도 커지고 있다. 붕괴된 철골 구조물 절단면이 매끄럽게 잘린 점을 두고 용접 부실 의혹이 제기되자 시공사 측은 “해당 부위는 볼트 체결 방식이며 일부만 용접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사용된 볼트 개수나 체결 상태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공사가 시스템 동바리 설치를 콘크리트 타설 이후로 계획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관리 부실 지적이 거세다. 실종자 가족이 설치 시점을 묻자 시공사 관계자는 “다음 주 설치 예정이었다”고 답했다. 이에 가족들은 “작업자 추락과 붕괴를 막기 위한 지지대를 타설 이후에 설치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 이틀째인 12일 광주 서구 치평동 사고 현장 앞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이틀째인 이날 현장을 찾은 실종자 가족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실종된 철근 작업자 고모(68)씨의 동생 고대성(66)씨는 “현장에 안전 통로조차 없었다. 조금만 안전을 신경 썼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은 “완전히 부실시공”이라며 “이런 안전불감증 공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이번 사고는 지하 2층까지 연쇄 붕괴가 발생한 점에서 구조물 전반의 불완전성이 의심된다”며 “보와 기둥 연결부 시공이 설계 기준을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허공법이라도 장스팬 구조에 대한 실적과 시공 단계의 하중·연결부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광주경찰청은 형사기동대와 중대재해수사팀을 중심으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료 확보와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 경찰은 철골 구조물 접합부 시공의 적법성, 특허 공법 적용 과정의 문제점, 불법 재하도급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필요 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27개 단체도 이날 성명을 내고 “화정아이파크 참사 이후 감리 지침의 보완과 공적 관리 강화를 요구해왔지만, 광주시의 안전불감증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는 전날 오후 1시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 부지의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철골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40대 미장공과 70대 철근공 등 2명이 숨졌고, 50대 배관공과 60대 철근공 등 2명은 매몰된 상태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총면적 1만1286㎡,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의 공공도서관으로, 총사업비는 당초 392억원에서 자재비 상승과 공기 지연 등으로 516억원까지 늘어났다. 소방당국과 관계기관은 구조 작업과 병행해 정확한 붕괴 원인과 안전관리 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광주=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