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사기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시간)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씨에게 이같이 선고하면서 400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피해 금액을 지적하며 “규모에서 보기 드문 희대의 사기 사건(a fraud on an epic, generational scale)”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미국 연방 기소 사건의 피해 규모에서 권씨의 사건보다 큰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로 2022년 5월 루나·테라 폭락 사태 이후 한국·미국에서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연방검찰은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권씨를 8개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해 12월 31일 신병을 인도받았다. 이후 권씨에 대해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다.
앞서 지난 8월 권씨는 사기 공모 및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재판은 유무죄 심리 절차 없이 선고 절차로 넘어왔다.
미국 연방검찰은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의 형량 조정) 합의에 따라 권씨에게 최대 12년 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연방법원의 양형기준에 견줘볼 때 15년형도 적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권씨는 이날 법정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피해자들의 모든 이야기가 참혹했고 내가 초래한 큰 손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피해자들의 고통과 나를 향한 비난은 모두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송환을 기다리며 구금된 17개월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이후의 기간이 형기를 채운 것으로 인정받았다.
다만 엥겔마이어 판사는 ‘한국 송환 이후 한국법에 따라 다시 중범죄로 처벌될 것이므로 양형 판단에서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해 달라’는 권씨 변호인의 요청을 “첫 번째 법원이 두 번째 법원의 결정을 추측해 결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