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영민 “통일교, 코로나 방역 예외 민원만 한 차례”

입력 2025-12-12 13:47 수정 2025-12-12 16:09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일교 측과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과거 다른 간부와의 통화에서 노 전 실장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는 대목이 언급됐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노 전 실장은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일교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2020년 문재인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근무할 때 통일교에서 공식적인 민원제기를 했던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노 전 실장은 “통일교에서 외국 국가원수급들을 모시고 국내에서 행사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방역 지침상 예외를 인정해줄 수 있느냐는 민원이 한 번 있었는데, 이마저도 ‘불가’하다고 답했다”며 “그 이후로 통일교 인사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통일교 측 인사들 휴대전화가 압수수색이 됐으니 거기에 다 나올 것”이라며 “통일교와 오랜 기간 관계를 쌓아온 사실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 전 실장의 이름이 윤 전 본부장과 통일교 간부 사이의 통화에서 언급돼 논란이 됐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윤 전 본부장의 지난 2022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고위 간부와의 통화에서 당시 여권 인사들과의 접촉을 언급하던 중 “그래도 노 실장님이 있다”며 “노 실장님이나 그분들이 처음에는 2019년 제가 잡상인이었다. 그런데 그 뒤에 보니깐 그게 아니니 그분들이 연도 만들어 주고 직접 저를 상대 안 할 때도 있겠지만, 이렇게 해주면서 2년, 3년을 닦아놓은 게 있다”고 했다.

보수 야권은 ‘통일교 게이트’를 고리로 대대적인 역공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권과 밀접하게 연루된 통일교 게이트가 점점 더 큰 몸체를 드러내고 있다”며 “통일교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사람은 누구든지 소속과 직책을 불문하고 예외 없이 조사해야 한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재 대통령은 본인이 임명한 정동영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하라”며 “이런 조치가 없다면 어느 국민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할 것이고 정권의 신뢰가 뿌리부터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둘 다 한 차례 만남은 인정했지만, 유착 의혹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특검 수사대상 범위를 더 넓혀야 할 것 같다”며 이재명 대통령까지 겨냥했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여러 국내외 명사들과 면담했다. 누가 비용을 대고 섭외한건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교가 민주당에 로비하기 위해 대신 섭외에 나섰던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윤 전 본부장과 통일교 고위 간부의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간부는 윤 전 본부장에게 “(스테픈) 커리 같은 경우 가볍게라도 하나 연결해달라”며 “자기들(민주당)이 비용 대고 하겠다는 생각이거든요. 그 정도 젊은 애들 표를 좀 가져올 수 있는 (유명인사)”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물타기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통일교는 정교일체 한 몸 아니냐. 국민의힘과 통일교는 이미 정교유착을 넘어, 사실상 정교일체의 경지에 이르렀다”며 “아무리 적반하장으로 물타기를 해도 법의 심판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국가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죄는 죄대로, 무고는 무고대로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검 도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김판 정우진 이서현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