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한국형 장립종 쌀’ 재배 면적 확대

입력 2025-12-12 10:26
해남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전남 해남군이 최근 국내외 식문화 변화와 기온 상승 등 농업 환경 변화라는 복합적 요인에 발맞춰, 기존 자포니카(단립종) 품종 위주의 재배 방식에서 벗어나 장립종 쌀 시범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그 보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국내 쌀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해남군의 전략적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전 세계 쌀 교역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품종은 쌀알이 길고 찰기가 적은 ‘인디카(장립종)’이다. 반면, 한국인이 주식으로 섭취하는 찰진 쌀(자포니카)은 전체 교역량의 10% 남짓에 불과해 그동안 한국 쌀의 해외 시장 진입에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해왔다.

이에 해남군은 전라남도, 세종대학교, 영농조합법인, 유통업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기후와 토양에 최적화된 ‘한국형 장립종 품종’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특히 이 품종은 집중호우와 가뭄 등 잦은 이상기후에도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 재배가 용이하며, 기존 품종에 비해 수확량이 많아 농가 소득 증대에도 매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장립종 벼를 재배한 한 농업인은 “일반 벼와 비교하여 육묘부터 수확까지의 농작업 과정과 시기가 동일하고, 가뭄 등 악조건에도 잘 견뎌 재배 부담이 적고 수확량도 안정적이었다”며 “향후 이앙 시기, 시비량 등 고품질 재배 기술 데이터를 더욱 축적하고 현장에 적용한다면 수확량이 한층 더 증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립종 쌀 전용 캐릭터 '짱립이'. 해남군농업기술센터 제공

국내에서 생산되는 해남 장립종 쌀은 일반 쌀 대비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며, 밥을 지었을 때 찰기가 적고 은은한 향과 함께 고슬고슬한 식감이 특징이다. 이러한 독특한 특성은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볶음밥, 리조또 등 서구식 및 아시안 푸드의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와 맞물려, 소스와 잘 어우러지고 밥알이 뭉치지 않는 장립종 쌀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해남군은 현재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장립종 쌀 원료곡 약 4t을 수출하며 인터넷 및 홈쇼핑, 오프라인 마트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국제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민간 분야 최초로 장립종 쌀 전용 도정라인이 준공될 예정이어서, 향후 더 많은 물량이 가공되어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최근 식품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밥, 밀키트, 쌀면 등 장립종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해남군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공동으로 장립종 쌀 전용 캐릭터 ‘짱립이’를 개발, 4컷 만화 및 이모티콘 등을 제작해 온·오프라인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장립종 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며, 장기적으로 우리 쌀 소비 촉진에 기여하기 위한 전략이다.

군 관계자는 “국내산 장립종 쌀 육성은 쌀 공급 과잉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함과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농업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후 적응형 농업 기술 보급 확산과 더불어, 신규 작목 발굴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미래 농업의 선도자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